한국 창극·중국 광동 오페라·일본 노가쿠, 아시아 3국 음악극 한자리에

입력 2025-08-22 11:11
홍콩 아츠 페스티벌이 제작한 광둥 오페라 ‘죽림애전기’. 국립극장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국의 전통 기반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9월 3~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과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 국립극장이 근래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창극을 중심으로 동시대 음악극의 흐름과 현재를 조망하기 위해 올해 처음 선보인다. 해외 초청작 3편, 국내 초청작 2편, 국립극장 제작 공연 4편 등 총 9편의 작품이 23회 공연된다.

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축제의 추진단장인 유은선 국립창극단장은 “국립극장의 여름철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의 뒤를 잇는 또 다른 대표 축제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립창극단이 공동제작한 ‘심청’. 국립극장

올해 처음 시작한 축제의 주제는 ‘동아시아 포커싱’이다. 한·중·일 3국의 전통 기반 동시대 감각으로 창작한 음악극을 만날 수 있다. 개막작은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이 판소리 ‘심청가’를 재해석한 신작 ‘심청’(9월 3~6일 해오름극장)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제작해 전주에서 먼저 올라간 ‘심청’은 파격적인 재해석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 국립극장의 작품은 ‘심청’ 외에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배리어 프리(무장애) 공연인 ‘다정히 세상을 누리면’(9월 4~7일 달오름극장), 판소리 ‘수궁가’를 쉽게 풀어낸 창극 콘서트 ‘토선생 용궁가다’(9월 25~26일 달오름극장) 그리고 창극 극본 개발을 목표로 한 ‘2025 창극 작가 프로젝트 시연회’(9월 27~28일 하늘극장)가 포함됐다.

해외 초청작으로는 전통 기반 동시대 감각으로 창작된 중국과 일본의 음악극이 준비됐다. 먼저 2023년 홍콩 아츠 페스티벌이 제작한 광둥 오페라 ‘죽림애전기’(9월 12~13일 달오름극장)가 소개된다. 중국 전통극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게 발전했는데, 베이징의 경극(京劇, 베이징 오페라)과 광둥 지방의 월극(粤劇, 광둥 오페라) 등이 대표적이다. 월극 또는 광둥오페라는 광둥어로 만들어졌다. ‘죽림애전기’는 3세기 중국의 정치적 혼란기에서 조정에서 떠나 은둔했던 죽림칠현 후예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창작한 작품이다.

일본 노가쿠 단체 노후카의 ‘망한가’. 국립극장

또 일본의 노가쿠 단체 노후카는 한국 농악과 협업한 ‘망한가’(9월 17~18일 하늘극장)와 전통 노가쿠를 맛볼 수 있는 ‘노가쿠: 노와 교겐’(9월 19~20일 달오름극장)을 잇따라 선보인다. 가부키와 함께 일본의 전통 무대예술을 대표하는 노가쿠는 가면극 노(能)와 희극 교겐(狂言)으로 구성된다. 초현실적 세계를 유장한 노래와 춤에 담은 가무극으로, 연기와 연출이 극도로 양식화되어 있다. ‘망한가’의 경우 현대에 새롭게 쓰여진 노로, 일제 강제 징용자 소재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국내 민간단체들의 음악극 두 편이 준비됐다. 먼저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가 제주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를 토대로 한 1인극 ‘종이꽃밭: 두할망본풀이’(9월 6~7일 하늘극장)를 선보인다. 2023년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제주 민요와 무가, 판소리와 재즈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창작하는 타루는 조선 말기 작자 미상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정수정전’을 올린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 영웅의 복합적인 내면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립극장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