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는 다양한 삶이 교차하는 도시다.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2호선, 5호선, 6호선이 지나는 교통 요충지이자, 디지털미디어시티역·홍대입구역·공덕역·마포역을 오가는 수많은 인파를 품고 있다. 동시에 30~40대 청년 부부, 창작노동자, 맞벌이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는 젊은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활력은 종종 ‘돌봄의 공백’ 앞에서 멈춘다. 출근길에 유모차를 끌고 먼 보육시설로 향하는 부모, 육아 문제로 경력을 중단하는 이들의 사례가 여전히 많다. 무엇이든 넘쳐나는 도심 속에서 정작 ‘아이와 행복을 가꾸는 일상’이 결핍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도시가 사람을 품는 그릇이라면, 이 공백은 그릇을 위태롭게 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한 해외 사례가 있다.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流山市)다. 이곳 부모는 아침에 지하철 역사 안 보육실에 아이를 맡기고 몇 걸음 옮겨 전철에 오른다. 30분 뒤 도쿄 사무실에 도착하는 구조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고 동시에 살아가는 방식, 바로 ‘역사 보육시설’이 만들어낸 장면이다.
나가레야마시는 ‘엄마가 빛나는 도시(ママが輝くまち)’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보육을 도시계획 전면에 배치했다. 단순히 보육시설을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이동의 중심인 지하철역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대표적인 모리노시타 보육원은 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으며, 육아상담·부모 커뮤니티 공간까지 포함한다. 도시가 시민의 삶의 리듬에 맞춰 설계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마포 역시 주요 환승역인 마포역·공덕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보육시설을 연계한다면 큰 변화가 가능하다. 부모는 출근길에 부담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고, 보육 공간 옆 커뮤니티 카페·상담실은 머물고 교류하는 ‘여백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개인 편의를 넘어, 도시가 돌봄의 긴장 속에서도 숨 쉴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실제 나가레야마시는 지하철 보육시설 도입 후 출산율 증가, 젊은 세대 전입 확대, 맞벌이 부부 증가라는 효과를 입증했다. 육아하기 좋은 도시로 자리매김하면서, 삶의 질을 바탕으로 도시 경쟁력을 재편한 것이다.
마포가 젊은 세대가 정착하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복합개발, 환승센터 개선, 공유공간 조성 같은 사업 속에 반드시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복지’를 핵심축으로 포함해야 한다. 도시는 누군가의 아침이고, 아이의 웃음이며, 부모의 선택이고, 행복의 텃밭이다.
지하철역 안 작은 보육실 하나가 만드는 변화는, 마포를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기 좋은 도시’로 성장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마포가 미래세대를 품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한기영 서경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