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사역 30년, ‘긍휼’ 넘어 ‘목양’으로 새 길 찾는다

입력 2025-08-22 11:00
이주민 선교 사역자들이 21일 서울 성도교회에서 ‘2025 이주민목양 컨설테이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랜드재단 아시안미션 제공

이주민 선교 사역이 한국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장기 정착 이주민을 위한 사역으로 변화해야한다는 진단이 이주민 선교 사역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왔다. 이랜드 재단 아시안미션(대표 이상준 선교사)은 지난 21일 서울 성도교회에서 ‘2025 이주민목양 컨설테이션’을 열고 국내 이주민 사역 30년의 경험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주민 선교 현장을 지켜온 사역자들은 이주민을 단순 수혜자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신앙 공동체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역자들은 이날 논의 자리에서 과거 이주민들의 법률, 의료 문제 등을 해결해주던 방식만으로는 장기 정착 시대의 필요를 채울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박익휘 브릿지이음교회 목사는 “나그네를 환대하는 ‘아브라함적’ 돌봄과 복음을 가르쳐 제자 삼는 ‘사도적’ 목양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그동안 한국교회 사역이 돌봄에 치우쳐 있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김포에 개척된 브릿지이음교회는 10여 개국 출신의 다민족 성도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주민 선교 사역자들이 21일 서울 성도교회에서 ‘2025 이주민목양 컨설테이션’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랜드재단 아시안미션 제공

정철원 평택아가페국제교회 목사 역시 사역자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주민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해결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복음으로 이들을 양육하고 훈련하여,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할 선교사로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 평택에서 시작된 평택아가페국제교회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한국어와 영어로 예배를 드리는 다국적 교회다.

이주민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과정은 여러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힌다. 이영석 한결교회 목사는 “사역 경험을 통해 처음에는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지만, 관계가 깊어지면 이주민들이 가진 물질 중심적 가치관과 충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개인의 이익만을 좇는 모습을 보며 좌절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2016년 김해에서 사역을 시작한 한결교회는 한국인과 이주민이 함께하며 다음세대를 위한 글로벌 선교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영석 한결교회 목사가 21일 서울 성도교회에서 ‘2025 이주민목양 컨설테이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랜드재단 아시안미션 제공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이주민들이 교회를 도움받는 곳으로만 여길 뿐, 공동체를 함께 섬기는 주체로 서지 못하는 문제가 꼽혔다. 이해동 다하나국제교회 목사는 “성공을 목표로 한국에 온 이들이 물질주의 사회 속에서 쉽게 돈의 가치관에 물들게 된다”며 “사역의 동력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목회자가 어떤 존재인가에서 나온다”며 목회자 자신의 인격과 진심이 이주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통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잘못된 가치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목양의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2017년 개척한 다하나국제교회는 한국인과 몽골인 성도들이 함께하며 비즈니스 선교의 일환으로 버거집을 운영한다.

이랜드 재단 아시안미션 제공

이미희 타이포천안디옥교회 목사는 매주 정해진 요일에 반드시 성도들을 찾아가는 약속을 꾸준히 지켜왔다. 그는 이러한 성실한 모습이 성도들에게 목회자의 진심을 느끼게 했다고 전했다. 타이포천안디옥교회는 2018년 포천 지역 태국인들을 섬기기 위해 세워졌다. 이영석 목사 또한 “열 명을 한 번씩 만날 힘으로 한 명을 열 번 만나야 한다”는 원칙 아래, 한 사람과의 깊은 관계 속에서 체계적인 말씀 교육을 병행할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