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까지 전무했던 하이브리드 연구개발(R&D)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연구개발 완료 건수 13건 가운데 하이브리드가 3건을 차지했다. 반면 전기차 연구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지난 2년간 전기차 관련 성과가 10여건에 달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4일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차가 발표한 연구개발 성과는 13건이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HEV·PHEV) 관련 과제가 3건, 수소전기차(FCEV) 관련 과제가 1건 포함됐다. 전기차(EV)는 없었다.
하이브리드 연구 성과는 ▲하이브리드·수소차 배터리를 활용한 V2L(배터리를 외부 전원으로 사용하는 기술) 컨버터 ▲예약 기능을 통한 주행 중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 충전 모드 ▲충전 인렛이 없는 하이브리드·수소차를 위한 가정용 플러그 직결형 V2L 등이다. 모두 차량 외부 전력 활용과 편의 기능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그간 전기차 일색이던 연구개발이 올해는 ‘0건’에 그친 점이 눈에 띈다. 2023~2024년 현대차 연구개발 실적에서 전기차 관련 성과는 해마다 6건씩 이어졌다. 배터리 냉각수, 회생제동 시스템, 전원 체계 변경 등 상품성 강화를 위한 기술이 주를 이뤘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성과는 한 건도 없었다.
기아도 비슷하다. 올해 기아가 낸 연구개발 성과 역시 하이브리드 관련이 3건이었으나 전기차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성과가 6건이었지만 하이브리드는 없었고, 2023년도 전기차 성과 8건에 비해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기술과 중복되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이 같은 변화는 판매 추세와 맞물려 있다. 올 1~7월 누적 기준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는 21만485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는 6만8239대로 증가율은 55.4%에 달했으나 절대적인 판매량은 하이브리드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중심 전환’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구과제마다 기간과 완료 시점이 달라 특정 시기에 몰려나올 수 있다”며 “하반기에 전기차 성과가 여러 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 기조는 유지됐다. 현대차는 연구개발비를 2023년 3조9735억원(매출액 대비 2.4%)에서 2024년 4조5894억원(2.6%)으로 늘렸고, 기아도 같은 기간 2조6091억원(2.6%)에서 3조2473억원(3.0%)으로 확대했다. 상반기에도 각 2조2545억원(2.4%), 1조7082억원(3.0%)을 썼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