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대응 압박”…동서울변전소 증설, 하남시민 불만 격화

입력 2025-08-21 18:32
동서울변전소 전경. 뉴시스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 증설 사업을 놓고 한국전력이 “국가 전력망 확충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 대상지 인근 경기 하남시 주민들은 소통의 부재를 강조하며 여전히 강한 불신과 반발을 드러내고 있다.

오는 22일 열릴 3차 경관심의를 앞두고 한전은 사업 지연 시 ‘전력 구입 비용 연 3000억원 부담’을 강조하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했지만, 주민들은 “주민 안전과 환경을 무시한 협박성 압박”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서울변전소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김모씨는 “한전은 항상 ‘전자파 피해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정확히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초등학교 옆에 변전소를 대규모로 증설한다는 데 단순히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말로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씨는 한전이 진행한 경관디자인 설문조사를 두고 “변전소 증설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진행된 방식으로, 실질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기만적인 형식적 절차 남용으로 주민 의견을 호도하고 들러리 세우는 방식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김상택 감일지구총연합회 회장은 “한전은 자꾸 ‘국가적 사업’이라며 시급성만 강조하고 있다. 국책사업이면 주민의 목소리를 짓밟아도 된다는 말이냐”며 “법적 대응 운운하는 것도 결국 지역 여론을 누르기 위한 압박 수단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결국 이곳에서 살아가는 건 주민이다.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건 전형적인 독단 행정”이라며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 또한 인근 12개 단지 중 절반 정도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하지도 않았다. 주민 80%가 증설을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오는 22일 경관심의에서 법적 절차에 따른 심의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사회는 여전히 “신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동서울변전소의 옥내화 및 증설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불법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데, 고의적으로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거론한 것”이라며 “이 사업을 다른 지역에서 추진한다고 해도 쉽게 동의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백지화 등 사업 시행 여부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남=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