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영환 충북지사 ‘돈 봉투 의혹’ 압수수색

입력 2025-08-21 10:54 수정 2025-08-21 17:10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역체육계 인사들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21일 충북도청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35분쯤 도청에 수사관 8명을 보내 차량 출입 기록과 도지사실 출입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지난 6월 26일 오전 도지사 집무실에서 지역 건설회사 회장이자 체육계 인사 A씨로부터 현금 5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압수수색 영장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청주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김 지사가 도내 기업의 일본 진출 지원을 위해 현지 출장을 떠난 날에 지사실에서 A씨와 만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이달 초 김 지사의 돈 봉투 수수 의혹과 관련 제보를 받고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A씨와 충북체육회 가맹경기단체회장 B씨가 250만원씩 모은 뒤 봉투에 넣어 김 지사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청주의 유력 사업가인 만큼 충북도가 이들에게 사업상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도 살펴보기 위해 두 사람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한다.

A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는 충북도가 청주 흥덕구 일원에서 추진하는 산업단지 조성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업체는 또 지난 6월 착공한 청주시청사 건립 시공사로 선정됐다. B씨의 업체는 도가 일본 도쿄에서 지난 6월 27일 문을 연 충북 우수제품 일본 전시판매장의 참여 업체 명단에 포함됐다. 김 지사는 일본 전시판매장 개소식에 참석했다.

김 지사는 이날로 예정된 초등학교 영상자서전 교육과정 성과 보고회와 을지훈련 종합상황보고회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경찰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백하게 밝혀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도정의 핵심 현안 사업들을 위해 확인되지 않는 추측성 보도는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가장 청렴하고 도민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도백이 너무 막 나가는 것 같다. 응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도 성명을 통해 “이번 의혹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충북도정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며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김 지사가 도민의 신임을 정면으로 배신한 행위일 뿐 아니라 직무 수행과정에서 요구되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