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은 FPS, 전략은 탑다운” 양명승 PD가 말하는 ‘블라인드 스팟’의 성공 시나리오

입력 2025-08-21 07:33 수정 2025-08-21 07:34
양승명 펍지 스튜디오 아크팀 PD. 크래프톤 제공

펍지 스튜디오 아크팀이 개발 중인 ‘PUBG: 블라인드스팟’은 탑다운 뷰 전술 슈팅이라는 생소한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설파한다.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양승명 PD는 “FPS의 손맛과 탑다운 뷰의 전략성을 결합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전술 체험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라인드 스팟은 20일 독일 쾰른에서 개막한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데모 형태로 첫 선을 보였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제목에 녹아있다. 이름 그대로 ‘시야의 사각지대(Blind spot)’가 플레이의 핵심이다. 모든 캐릭터의 시야는 부채꼴로 구현되며, 가시 범위 안과 밖이 명확히 구분된다. 플레이어는 좁은 공간에서의 시야 확보, 사각지대 관리, 그리고 팀원 간의 시야 공유 등의 정보를 취합해 유기적으로 전술을 짜야 한다.

게임스컴 개막 전 취재진과 만난 양 PD는 “블라인드 스팟은 전술적 사고와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게임의 정체성을 담아 게임명을 정하게 됐다”면서 “PUBG 스튜디오에 합류하면서 그 세계관을 활용하게 되었고 관련 설정과 캐릭터 배경을 확장해 나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PUBG IP를 게임명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양승명 펍지 스튜디오 아크팀 PD. 크래프톤 제공

이어 “탑다운 시점에서도 밀리터리 슈팅 액션과 근접 교전(CQB) 전술 액션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짜임새 있는 시스템 개발은 소수정예 개발진의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있기에 가능하다.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현재는 17여명의 팀원이 소규모로 일하고 있어요. 매일 자체 플레이 테스트를 통해 즉각적인 피드백과 수정이 가능합니다. 이는 대규모 조직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빠른 이터레이션을 가능케 합니다. 유저 반응을 반영한 커뮤니케이션 기능 강화가 대표적이죠. 실제로 이번 빌드에서는 인게임 보이스챗, 스마트 핑, 웨이포인트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그 결과 솔로 플레이어도 파티 플레이어와 격차 없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어요.”

팀원간 시야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게임 시스템은 언어적 소통이 부족해도 정밀한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전통적인 탑다운 슈팅에서는 보기 힘든 독창적 메커니즘이다. 드론이나 특수 장비를 통해 확보한 시야 또한 팀원 전원에게 전파된다. ‘어디까지 보이고 어디는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매 순간 전략적 긴장을 만든다. 시야가 곧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인 셈이다.

현실적인 슈팅 메커니즘은 블라인드 스팟의 또 다른 차별점이다. 화면 위 총알은 즉각적인 판정으로 연결되지 않고 3D 공간에서 궤적에 따라 이동한다. 적의 높이, 자세, 엄폐물, 사격 각도를 잘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슴 높이에서 연사를 퍼부어 누적 피해를 주거나, 단발로 헤드샷을 노려 빠른 제압을 시도할 수 있다. 때론 앉아 있는 적을 향해 낮은 각도로 사격해야 한다.


양 PD는 “FPS보다 전략적 판단을 빠르게 해야하는 탑다운 뷰의 장점에 주목했다”면서 “배틀그라운드나 카운터 스트라이크처럼 전술적 사고가 필요한 게임들의 복잡성을 탑다운으로 간결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시야 공유 기능이 더해져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스팟은 각 무기마다 고유의 반동과 조준 흔들림이 있어 타이밍과 제어 능력에 따라 손맛이 달라진다. 1인칭 FPS 못지않은 격발의 몰입감을 탑다운 뷰에서 실현하고자 했다는 게 양 PD의 설명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5 대 5 폭파 미션 PvP로 진행된다. 공격팀은 ‘크립트’라 불리는 장치 위에 해킹 도구 ‘디크립터’를 설치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 해킹이 완료될 때까지 방어해야 한다. 반면 방어팀은 설치 자체를 막거나, 설치 후에는 공격팀을 몰아내고 디크립터를 무력화해야 한다.

전장은 방과 복도가 이어진 실내 구조를 중심으로 꾸려져 근접 교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관통 가능한 벽과 파괴 가능한 바리케이드 때문에 게이머는 매 순간 새로운 전장 환경을 파악하고 움직여야 한다.

한 매치의 소요 시간은 평균 6~7분으로 짧지만 밀도가 높다. 짧은 시간 안에 전략과 액션을 압축해 보여주기 때문에 피로감은 낮지만 몰입도는 높다. “짧지만 강렬한 전술 체험”이라는 개발진의 설계 의도가 반영됐다.

20일 독일 쾰른 메쎄에서 진행한 크래프톤 미디어데이에서 양승명 블라인드 스팟 PD와 김형준 인조이 스튜디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래프톤 제공

게임스컴을 통해 글로벌 게이머의 평가를 받게 된 양 PD는 “음성 채팅, 웨이포인트, 핑 시스템 등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실효성을 자세히 듣고 싶다”면서 “기존에는 소통 수단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한 이번 빌드에서 유저 반응을 주의 깊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블라인드 스팟은 14종의 캐릭터가 등장했다. 연말까지 약 20종까지 확장할 수 있다. 각 캐릭터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익숙한 AWM, P90, Mk14 같은 총기를 주무기로 사용하며 동시에 고유한 가젯을 지닌다. 가령 블루존 수류탄, 카메라 드론, 유탄 발사기, 의료 키트 등이 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 선택 단계에서부터 팀의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단순히 개별 능력치 싸움이 아니라 ‘어떤 무기와 장비 조합으로 팀을 꾸릴 것인가’가 핵심 전술적 고민으로 작동한다. 공격·수비 전용 캐릭터 도입은 메타의 다양성을 크게 넓혔다.

게임은 또한 관전 모드와 e스포츠적 확장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작년 지스타와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이미 스트리머 기반 대회를 진행했고, 중계 기능은 초기 단계부터 구현했습니다. 관전 시 전황 파악이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으며, 향후 더 정제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과금 모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라이브 서비스 형태로 운영되는데 F2P와 패키지 모델 모두 미정이다. 개발진은 연내 상시 테스트 체제를 도입해, 이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게임을 다듬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PvP 중심 구조를 우선시하지만, 향후 안정성이 확보되면 PvE나 싱글 콘텐츠 확장도 검토할 예정이다.

“개발 완성도를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핵심 플레이는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연내에 상시 테스트 형태로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퍼블릭 테스트를 통한 피드백 기반 개발 방식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양 PD는 탑다운 뷰가 국내에선 익숙하지 않지만 막상 빠져들면 FPS 못지않은 손맛과 전략의 재미를 게이머들이 체감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는 “선입견 없이 한 번 경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쾰른=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