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재정자립도를 기반으로 만 65세 이상에게 버스 교통비를 지원하는 서울 자치구에서 노인들의 버스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비 지원이 없는 자치구 주민 사이에서는 “차별 아니냐”는 불만과 함께, 노인 버스비 지급 관련 가짜뉴스까지 횡행하고 있다.
2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교통카드 빅데이터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의 시내·마을버스 탑승 건은 51만2132건이었다. 전년 동기(19만6098건) 대비 2.6배 증가했다. 서울 자치구 중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강북구가 같은 기간 2.7%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강남구는 지난해 9월부터 강남구에 주민등록을 둔 노인을 대상으로 연간 24만원의 버스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승·하차 정류장이 모두 서울에 있는 시내·마을버스를 이용하고, 비용 지급을 신청하면 계좌로 받을 수 있다.
2023년 11월부터 노인 버스비 지원 사업을 한 중구의 지난달 노인 시내·마을버스 탑승 건수는 20만2680건이다. 2023년 7월 10만7879건, 지난해 7월 16만9301건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구는 노인에게 수도권 지역 시내·마을버스 이용 시 월 4만원의 비용을 지원해준다.
노인 버스비 사업은 재정 여력이 충분한 자치구들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구와 강남구는 재정자립도가 각각 55.7%, 54.8%로 자치구 중 1·2위다. 서울 자치구 25곳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6.5%다. 시 관계자는 “노인 버스비 지원은 재정 운용에 여력이 있는 일부 자치구들이 재량으로 조례 등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은 수도권 전철, 도시철도 할인율이 100%지만, 버스의 경우 관련 법 조항이 없다.
문제는 버스비 혜택이 없는 자치구에 사는 노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김모(83)씨는 병원이나 시장을 갈 때 버스를 이용한다. 김씨 집에서 버스 정류장은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지만, 지하철역까지 가려면 20분 넘게 걸어야 한다. 김씨는 일부 자치구에서 버스비를 지원한다는 소식에 “차별받는 기분”이라며 “지원을 하려면 노인이 많은 지역에 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강북구(25.4%), 도봉구(25.1%)다. 강남구는 노인 인구 비율이 16.6%로 하위권이고, 중구는 노인 인구 수가 2만7277명으로 가장 적다.
노인 버스비 관련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유튜브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버스비 전액 지급이 실시되고 있다는 내용의 영상이 여럿 올라와 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직원은 “매일 우리 동네는 버스비 안 주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민원 창구에 해당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여놔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치단체의 복지 정책은 재정뿐 아니라 행정 역량에도 좌우된다”며 “복지 혜택의 차등은 다른 자치단체들이 (정책 수립에) 더 분발하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종로구도 고령층과 청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버스비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