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송동원(68) 백학교회 목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기억되는 모습은 백학야간학교 교장 선생님이다. 25세 청년 시절, 방황하던 청소년들을 모아 시작한 작은 학교는 어느새 42년 세월을 이어오며 전주를 대표하는 대안교육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송 목사는 20일 완산구 교회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낮에는 기술을 익히고 밤에는 글을 배울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야간학교 설립 취지를 말했다. 학교는 지금까지 25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700여명의 교사 봉사자가 거쳐 갔다. 졸업생 중에는 교사·공무원·시의원으로 성장해 지역 곳곳에서 뿌리내린 이들도 적지 않다. 송 목사는 “이들이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사회의 일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교회가 없던 마을에서 먼 길을 걸어 예배에 참석했고 천막 예배당에서 드린 예배가 신앙의 뿌리가 됐다. 그는 “가난은 내 친구였다”면서 이런 경험은 훗날 소외된 이웃을 품는 목회의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백학교회 역시 야간학교 공동체에서 출발했다. 작은 부지에 예배당을 세우고 승합차로 아이들을 통학시키며 지역과 함께 걸어왔다. 매년 호박죽 400 그릇을 끓여 주민들에게 나누는 사역도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송 목사는 “교회의 위치보다 중요한 건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것”이라며 전주에서도 가장 낙후된 동서학동을 목회의 자리로 선택했다.
그의 목회적 뿌리는 가문과도 이어진다.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인 할아버지는 임실 갈담교회 개척 교인이었으며 조부는 ‘자손 중에 목회자가 나오기를’ 기도했다. 그 간절한 소원을 담은 기도는 송 목사와 사촌 이삼규 목사를 통해 응답됐다. 그가 목사 안수를 받던 날 고모들이 춤추며 기뻐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가족의 가슴에 남아 있다.
그가 젊은 날 일기장에 적어놓았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섬기겠다”는 다짐은 현실이 됐다. 백학교회는 지난 30년간 지역 주민과 함께 작은 등대 역할을 감당했고 37년 전에는 임실군 신덕면 오궁교회를 개척해 복음의 빛을 전했다.
송 목사는 무엇보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야학과 개척교회, 자녀 유학까지 모두 아내의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가장 큰 감사는 아내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백학교회는 25년 전 서지혜 선교사를 아프리카 카메룬에 파송했고 현지에서는 고아원과 여성전문 기술학교 건축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교인들은 물질과 기도로 함께하며 선교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백학교회 30년, 백학야간학교 42년 역사는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는 송 목사의 목회 소명에서 비롯됐다. 오늘도 교회는 지역 주민 곁에서 작은 등대처럼 빛을 밝히며 한 가문의 기도와 신앙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송 목사는 서해 사랑의동산(사랑의불꽃운동) 운영국장도 맡고 있다.
전주=김혁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