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부산 이전, 글로벌 해양수도 도약 시험대

입력 2025-08-20 15:24
부산 남구 봉오리산에서 바라본 신선·감만 컨테이너터미널 야경. /부산시 제공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단순한 행정이동을 넘어 부산의 글로벌 해양수도 도약을 위한 시험대로 부각되고 있다. 24년간 이어져 온 지역 숙원 사업이 결실을 보았지만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법·제도 보완과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연구원이 20일 발간한 ‘부산 트라이포트 물류 회랑 구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부 부산 이전 논의는 2001년 ‘해양수도 부산’ 개념이 처음 언급된 이후 대선 공약과 정부 정책 속에서 꾸준히 이어졌으며, 올해 이재명 정부가 공약을 이행하면서 확정됐다. 대통령이 직접 국정 핵심과제로 격상시킨 만큼 정치적·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부산이 이미 세계적 해양 경쟁력을 갖춘 ‘준비된 도시’라는 점에 주목했다. 부산항은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이자 환적 물동량 2위 항만으로 글로벌 해운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항만연결성지수(PLSCI) 세계 4위라는 지표도 부산의 국제 물류 네트워크 역량을 뒷받침한다.

부산에는 해양 클러스터의 기반도 갖춰져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수출입은행 해양금융부, 무역보험공사 해양금융부 등 해양금융기관이 집적돼 있고 동삼혁신지구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14개 연구·교육기관이 모여 있다. 2019~2023년 동안 부산이 수행한 해양수산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는 전국의 34.5%로 단일 지역 기준 1위다.

미래 전략적 기회 요인도 크다. 기후위기로 북극항로 개척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부산은 아시아-유럽 항로의 출입구라는 지정학적 강점을 지닌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나면서 부산은 LNG 벙커링 상업 운영에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동북아 친환경 해운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수산·레저 관광 산업도 성장 잠재력을 더한다. 전국 어획량의 30% 이상이 부산을 거쳐 유통되고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40년만에 재개발이 본격화됐다. 해운대·광안리 등은 사계절 레저 수요가 늘고 있고, 올해 크루즈 관광객은 20만명 이상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해수부와 산하기관의 부산 이전이 정책 현장성을 강화하고 위기 대응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행 특별법안은 이전 비용과 행정 지원에만 치중돼 ‘단순 지원법’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소개했다. 해양산업 집적화, 세제·규제 특례, 유관기관 동반 이전 같은 전략적 요소는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수부 부산 이전은 출발점일 뿐”이라며 “행정 이전을 넘어 기능 강화, 산학연 클러스터 육성,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인프라 확충, 해양레저·관광 클러스터 조성 등 구체적 실행 전략이 병행돼야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