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 지원 후 우울증을 앓던 30대 소방대원이 실종된 지 1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쯤 경기도 시흥 금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에서 인천 소재 소방서 소속 A씨(30)가 숨져 있는 것을 경찰관이 발견했다.
A씨는 지난 10일 새벽 2시30분쯤 인천 남동구 남인천요금소를 빠져 나와 오른쪽 갓길에 차량을 세운 뒤 자취를 감췄는데, 그가 발견된 장소는 이로부터 직선거리로 8~9㎞가량 떨어진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에 차량이 자주 지나다니지만, 시신이 둔덕진 데 있어 운전자들이 목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 시신은 누워있는 상태였으며,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한다.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차량에서 내려 시흥 지역으로 걸어서 이동하다가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 동선을 파악하는 한편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시신을 수습한 후 유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부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A씨가 사망에 이른 동기를 포함한 전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A씨 실종은 가족 신고로 알려졌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뒤 연락이 끊겼다.
A씨는 참사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하신 분들을 검은색 구역에서 놓는데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며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을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들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 ‘이게 진짜가 아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었다.
A씨는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지원을 나간 후 같은 해 11월과 12월 4회에 걸친 우울증·불안 검사에서 수면 질 저하 등 진단을 받았다.
그는 또 올해까지 총 12회에 걸쳐 심리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