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이름을 알린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19일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 발전에 집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학자 대회(ESWC) 기조 강연에서 한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성장한 데 대해 “운이 좋았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에서는 경제가 크게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존 경제학계 통설인데 박 전 대통령이 독재 권력을 경제 성장에 집착하다시피 집중해 보기 드문 성공을 이뤄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로빈슨 교수는 “나중에 민주화를 통해 제도적 포용성이 강해지기는 했지만 한국의 초기 성장이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흥미롭다”면서 이승만정부의 농지 개혁에 대해 “일본인 지주의 토지를 몰수한 뒤 재분배한 것이 포용성의 기초를 닦았다. 이를 통해 사회적 이동성과 기회가 확대됐다”고 짚었다.
로빈슨 교수는 또 “한국은 운이 좋아 민주화가 됐고 포용적 제도를 갖추게 됐으며 이로 인해 성장이 빨라졌는데 이를 설명할 경제학 이론은 없다”면서 “(한국을 보면)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정치 체제가 경제적으로는 포용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한국만의 독특한 경제 주체인 ‘재벌’에 대해서도 “기존 경제학 이론으로는 사실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ESWC는 오는 22일 끝난다. 5년에 한 번씩 주요국에서 개최되는데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2010년 중국 상하이 이후 15년 만이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62개국 경제학자 2500여명이 참석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