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극동방송(이사장 김장환 목사)이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개최한 ‘나라사랑축제’에 7000여명의 관객과 극동방송 청취자가 모였다. 나라사랑축제는 극동방송 전국 13개 지사(서울·제주·대전·창원·목포·영동·포항·울산·부산·대구·광주·전남동부·전북) 어린이합창단 700여명이 연합해 매년 광복절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문화공연이다.
15회째를 맞은 올해는 한국선교 140주년, 인천상륙작전 75주년을 함께 기념하기 위해 역사적 의미가 담긴 인천에서 ‘원 코리아(One Korea)’를 주제로 열렸다. 김장환 목사는 “700명의 우리의 다음세대가 펼치는 아름다운 합창과 퍼포먼스를 통해 대한민국 복음화와 광복의 기쁨을 되새기고 이 땅의 평화를 기억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나라사랑축제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이 지켜낸 대한민국의 미래
인천은 예로부터 외교와 무역의 중심지이자 선진 문물이 들어온 근대화의 상징 도시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인천은 한국 선교의 중요한 관문이 됐다.
“우리는 부활절 아침에 이곳에 왔습니다. 그날 사망의 권세를 이기신 주께서 이 백성을 얽어맨 결박을 끊으사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자유와 빛을 주시옵소서.”(인천 제물포항에 상륙한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의 첫 기도)
1885년 4월 5일 부활주일, 헨리 아펜젤러(1858~1902)와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가 인천 제물포항에 첫발을 내디디며 한국 개신교 선교의 역사가 시작됐다. 각각 감리교, 장로교 출신인 두 사람은 국내 최초의 교회를 세우고 성경 번역, 교육·의료·출판 사역으로 한국 기독교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신앙의 유산은 일제강점기의 억압 속에서도 교회가 자유와 진리를 지켜내는 힘이 됐다. 선교사들의 헌신과 순국선열들의 희생은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민족의 희망을 지켰다.
이러한 믿음과 희생 위에 세워진 자유는 훗날 닥친 전쟁의 위기 앞에서 다시 한번 한국을 지켜냈다. 이 과정에도 인천이 있었다. 1950년 9월 15일 유엔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의 지휘로 전개된 인천상륙작전에 7만5000여명의 병력과 261척의 함정이 투입됐고 인천 수복에 이어 13일 만에 서울을 탈환하며 6·25 전쟁의 전환점이 됐다.
이후 1956년 12월 23일 인천 학익동에서 극동방송의 첫 전파가 울려 퍼졌다. 전쟁의 승리를 이끈 인천에서 복음의 등불을 밝히며 출범한 극동방송은 69년간 하루도 멈추지 않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북방 지역 수억명에게 복음을 전해왔다.
다음세대가 펼치는 아름다운 하모니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담아 인천에서 열린 나라사랑축제는 17사단 군악대의 특별 공연과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이 대연합으로 부른 ‘아! 대한민국 & 어둔 밤 마음에 잠겨’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단원들은 인천을 상징하는 바다와 등대 의상을 입고 ‘한국·인천’ 플래카드를 높이 들며 퍼포먼스를 선보여 장관을 연출했다. 이어 사물놀이와 상모, 현대무용이 합창단의 힘찬 목소리와 어우러졌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생동감 넘치는 무대가 펼쳐졌다.
최정민 최다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1·2부로 나뉘어 ‘선교의 씨앗, 조선에 뿌려지다’ ‘자유를 향한 외침, 대한민국 만세’ ‘부흥의 시대, 대한민국 날아오르다’ ‘인천상륙작전, 역사의 물결을 바꾸다’ ‘전쟁 속에 피어난 빛, 통일을 향해’ 등 다섯 가지 테마가 이어졌다.
극동방송 공연기획국장 최혜심 감독은 “역사에 초점을 맞춘 시대별 테마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와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를 음악과 영상, 어린이 무대로 생생히 담아내고자 했다”며 “이번 축제를 통해 아이들이 민족의 아픈 역사와 회복의 여정을 기억하고 조국을 위해 기도하며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주제에선 토마스, 아펜젤러, 언더우드 등 초기 선교사들이 가난한 조선 땅에 복음과 근대의 씨앗을 뿌린 이야기가 전해졌다. 두 번째 무대에서는 300여명의 어린이 합창단이 무궁화 퍼포먼스로 일제에 굴하지 않는 민족의 의지를 표현했다. 이와 함께 AI 영상으로 구현된 순국선열들의 투쟁사는 현장의 감동을 더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세 번째 테마는 추억의 히트송과 찬양 메들리로 인천의 성장과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표현했다. 이어진 ‘인천상륙작전’ 무대는 ‘전선야곡’ 노래와 함께 전쟁의 참상을 그리면서도 소망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전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 테마 ‘전쟁 속에 피어난 빛’에서는 어린이합창단이 LED 촛불 퍼포먼스로 희망과 통일의 메시지를 알렸다.
축제의 대미는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대표 합창곡 ‘할렐루야’로 장식됐다. 장대한 선율에 맞춰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의 힘찬 합창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도 함께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공연장은 찬양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축제는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가운데 부평감리교회 홍은파 원로목사의 축도로 장엄하게 마무리됐다.
서울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 안나영(14) 단원장은 “오늘 공연을 위해 단원들과 몇 달간 땀 흘리며 연습했는데, 찬양의 기쁨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준비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깨닫고 감사했다”며 “앞으로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는 삶을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 김은숙 자모회장은 “단원들이 하나님께 최고의 것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길 바란다”며 “아이들이 하나님을 찬양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이 시간을 통해 성장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기독교 140년 ‘감사예배’
이날 나라사랑축제 전에는 인천기독교총연합회 주관으로 ‘선교 140주년 기념 감사예배’가 드려졌다.
주승중 주안장로교회 목사는 로마서 9장 1~9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하며 “민족이 하나님 앞에 눈물로 회개하고 기도할 때 소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 목사는 “대통령과 위정자들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겸손한 지도자가 되기를 기도하자”면서 “북한 동포와 지하 성도들을 위해서도 눈물로 기도하자”고 권면했다. 이어 “이번 나라사랑축제를 통해 인천 지역에 감사와 찬양이 울려 퍼지고 모두가 바울처럼 담대히 믿음의 길을 걷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은 140년 전 개신교 선교의 문이 열린 복음의 도시이자 인천상륙작전의 호국 도시”라며 “오늘 우리는 그 의미를 되새기며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의 노래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로 울려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간 외교 사절’ 극동방송 어린이 합창단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은 1991년 다음세대에 기독교적 세계관과 비전을 심고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 창단됐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의 단원들이 전국 13개 극동방송 지사에 소속돼 활동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에서도 복음을 전하는 민간 외교 사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센터 콘서트홀에서, 지난 7월엔 호주 침례교 세계연맹 (BWA) 총회에서 초청 공연을 한 어린이합창단은 찬양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하나님을 높였다.
어린이합창단의 나라사랑축제의 시작은 2011년 서울 세빛둥둥섬에서 열린 ‘파이팅 서울사랑축제 2011’였다. 이후 매년 광복절마다 속초·부산·광주·대전·창원·울산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찾아가 나라사랑축제 무대에 올라 하나님을 찬양했다.
극동방송 맹주완 사장은 “이번 광복절에도 700명의 어린 합창단원이 한마음으로 펼친 ‘2025 나라사랑축제’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최선 속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찬 내일을 보았다”며 “이번 공연이 다음 세대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복음의 비전을 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