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고춧가루 부대 경계령이 내려졌다.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가 선발 마운드의 반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키움은 갈 길 바쁜 중위권 팀들을 상대로 막판 저력을 과시하며 리그 순위싸움에 변수를 안기고 있다.
키움은 19일 경기 전까지 2025 KBO리그에서 8월 월간 승률 0.571(8승 6패)를 기록 중이다. 전날 기준 36승 4무 75패로 리그 꼴찌에 머물고 있는 시즌 성적을 감안하면 뚜렷한 반전이다.
시즌 내내 제 몫을 다하지 못했던 선발진의 부활이 원동력이 됐다. 리그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키움은 전날까지 시즌 선발승 21회로 부문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팀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는 36회로 9위다. 대체로 선발진이 5∼6회를 넘기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QS가 다섯 차례 나왔고, 10경기를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씩 책임졌다.
새롭게 꾸려진 외인 원투펀치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라울 알칸타라는 이번 달 3경기에서 20이닝을 던지며 2승(무패) 평균자책점 3.15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으로 이탈한 케니 로젠버그를 대신해 합류한 크리스토퍼 메르세데스는 인상적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와의 데뷔전에서 5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15일 KT 위즈전에서도 5⅔이닝 동안 2점만을 내주며 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토종 마운드도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까지 평균자책점 5.04로 부진했던 3선발 하영민은 지난 10일과 16일 두 경기에서 각각 6⅓이닝 3실점,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좋은 투구를 펼쳤다. 1순위 출신 신인 정현우는 17일 경기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지난 6월 27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QS를 작성했다.
나머지 9개 구단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키움의 상승세를 경계하고 있다. 키움은 최근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를 놓고 경쟁 중인 팀들의 발목을 연이어 잡았다. 지난 5∼7일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을 싹쓸이했다. 15∼17일에는 KT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키움의 고춧가루 부대 역할은 계속될 전망이다. 키움은 이날부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를 차례로 만난다. 다음 주에는 선두 싸움 중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를 상대한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