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AI를 활용한 친환경 농업 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며 국내 봉사단체 회원들에게서 21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가로챈 글로벌골드필드 대표 정모씨 등 4명을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캄보디아에 폐업한 호텔 건물을 거점으로 수개월 동안 범행을 준비하고 국내에 봉사단체를 가장한 법인을 설립해 투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정현)은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글로벌골드필드 대표 정모씨를 지난달 11일 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전모씨 등 조직원 3명은 전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수십여명의 조직원을 동원해 국내에 봉사단체를 가장한 ‘글로벌골드필드’ 법인을 설립한 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국내 봉사단체 회원 약 2200명으로부터 21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정씨 등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했고, 실적에 따라 고가의 승용차, 골드바 등을 제공하며 투자를 독려한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영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골드필드사의 한국 지사 대표라 소개하고, 해당 본사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글로벌골드필드는 영국에 본사가 있지 않은 가짜 회사였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월부터 수개월 동안 캄보디아의 문을 닫은 한 호텔 건물에 콜센터를 마련하고 중국 및 미얀마 국적 조직원 수십명을 배치해 범행을 준비했다.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하는 만큼 한국인 조직원들도 모집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 있던 조직원들은 현지에서 글로벌골드필드사의 해외 주재원인 것처럼 행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글로벌골드필드사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조끼를 착용한 뒤 봉사활동 인증샷을 찍고, 국내 피해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근한것으로 드러났다.
정씨 등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법리 검토 의견과 범죄사실 재구성 의견을 경찰에 제시하며 경찰과 협력해 수사기록을 분석하고 증거를 보강해 범행 수법을 구체화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 등이 건실한 업체인 것처럼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피해자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해갔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등 일회적인 수법에서 장기간에 걸쳐 고도화된 범행 수법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추세의 한 단면”이라며 “남은 공범 수사와 범죄수익환수 등을 위해 계속해서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