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가 20일부터 제한급수를 시행한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19일 강릉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일 오전 9시부터 세대별 계량기를 50%까지 잠그는 제한급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제한급수 대상은 주문진읍, 연곡면, 왕산면을 제외한 전 지역이다. 전체 인구 20만명 가운데 18만명이 제한급수를 받는다. 이를 통해 가구마다 40%의 절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강릉의 주요 생활·농업 용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현재 21.8%로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평년 저수율 대비 33.3%에 불과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25일 뒤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6개월간 강릉의 누적 강수량은 386.9㎜로 평년 751.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에 전국이 집중호우로 홍수를 겪을 때도 강릉에는 큰비가 내리지 않았다.
시는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조치에 들어간다. 현재 상황으로는 28일쯤 저수율이 1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저수지가 완전히 바닥나면 각 세대에 생수를 나눠주고, 전 지역 운반급수를 시행할 방침이다.
시는 가뭄 해결을 위한 단기대책으로 왕산면 도마천 준설을 통해 담수율을 높이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남대천 대형관정 개발을 통해 하루 1만t 이상의 추가 용수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중장기 대책으로 연곡~홍제 송수관로 복선화 사업 등을 통해 하루 1만t 생활용수를 사근진·경포해변·시내 권역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봉저수지 안에 있는 섬의 평탄화 공사를 통해 630만t의 저수량을 확보하고, 남대천 지하 저류 댐 설치, 공공 하수처리 수 재이용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릉은 생활, 농업, 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가뭄 피해를 겪고 있다. 공공 수영장 3곳은 지난달 14일부터 문을 닫았다. 시내 공중화장실은 주말에만 운영한다. 분수대 6곳도 6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일부 식당과 카페 등에서는 자발적으로 정수기 대신 생수를 쓰며 절수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농업용수 상황도 심각하다. 현재 ‘3일 급수·7일 단수’인 농업용수는 ‘3일 급수·10일 단수’로 조치가 강화된다. 이 때문에 김장배추 등 밭작물 재배도 피해가 우려된다.
김 시장은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가뭄을 극복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