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양자 회담 준비에 착수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3자회담도 예고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 및 유럽 정상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에 참여하겠다고도 약속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 발발 이후 전쟁 당사국 정상간의 첫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범위, 러시아에 대한 영토 이양 등 종전을 위한 핵심 의제가 논의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와 정상회담, 유럽 정상과의 다자 회담을 연이어 연 뒤 트루스소셜에 “회의 종료 후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과 젤렌스키 간의 회담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며 “해당 회담이 진행된 후에는 두 대통령과 내가 참여하는 3자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담 장소는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전쟁이 거의 4년 동안 지속되어 온 상황에서 이는 매우 좋은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도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어떤 형식의 회담”이라도 준비돼 있다며 “나는 조건 없이 만나서 전쟁 종식을 위한 길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논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와 자신이 우크라이나 영토 지도를 두고 토론했다며 “그 지도에 표시된 비율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이번에 이렇게 많은 영토가 (러시아에) 점령됐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에 대해 “솔직하고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가 예고한 푸틴과 젤렌스키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또 “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 보장은 유럽 각국이 미국과의 조율(coordination)을 통해 제공될 것”라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우크라니아의 안보를 보장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평화유지군이나 감시부대, 인계철선(tripwire force) 부대 파견 등을 거론하면서 “트럼프는 어떤 형태이든 미국 병력을 이 구상에 추가하는 데 대해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CNN은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보장을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하며 “미국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젤렌스키와의 회담에서 안보 보장 관련 질의에 “매우 좋은 보호와 안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유럽)이 제1 방어선이다. 그들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다. 우리는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도 “우리는 매일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다. 이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 보장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말에 “모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와 유럽정상간의 회담에는 젤렌스키를 비롯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이 총출동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공동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미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합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일주일이나 2주일 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아니면 끔찍한 싸움이 계속될지 알게 될 것”이라며 “나는 두 당사자가 협상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문제과 관련해서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영토 교환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현재의 접촉선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뿐 아니라 유럽 정상들도 이번 회의에서 어느정도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메르츠 독일 총리는 회담 뒤 “내 기대는 단순히 충족된 것을 넘어서 그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스타머 영국 총리도 “꽤 많은 것”이 합의됐다고 전했다.
CNN은 유럽 정상들의 백악관 총출동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가져온 위대한 동맹국들의 모임과 유사한 역사적인 순간으로 느껴졌다”며 “마크롱 같은 자유주의 중도파부터 이탈리아의 포퓰리스트 보수 총리멜로니까지 이데올로기적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지도자들의 놀라운 단결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