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北 통전부 간판 없지만 사람 그대로”

입력 2025-08-18 21:22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북한의 통일전선부(통전부) 간판은 없어졌지만 사무실과 인력은 그대로라는 얘기를 제3국인에게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알려진 바와 달리 대남 조직을 모두 없앤 게 아니라는 것으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의미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과의 대화를 어떻게 열어갈 계획인가’라는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 대화의 파트너로서 남과 북이 마주 앉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전부는 1978년 설립된 북한 노동당의 대남 기관으로 남북 경제협력, 대남 심리전 등 대남 업무를 폭넓게 수행해왔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조직이 대폭 개편됐다. 정 장관은 통전부가 사라졌지만 북한이 일부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대화 채널을 전면 차단한 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북한의 호응과 관계 없이 선제적인 유화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전후해서 동북아 지역에서의 여러 가지 정세가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3년 동안 강 대 강 대치 속에 남북 관계가 비정상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상화·안정화 조치를 통해 일단 남북 간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또 “대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원은 북한 1년 국내총생산(GDP)의 10배가 넘는다”며 “북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 자체가 엄청난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쪽 자체가 위협이라는 그런 북한의 인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2019년 2월 28일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의 제안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랬다면 지금 핵 문제의 지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 핵시설까지 협상 대상으로 요구했고, 김 위원장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하노이 회담은 성과 없이 종료됐다.

정 장관은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실제 철거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 군 당국이) 신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북한도 대남 소음방송을 중단하면서 접경지 주민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된 게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9일 북한이 일부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4일 담화에서 “확성기를 철거한 적 없으며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