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검찰 통합 무산 수순…“권력 뜻대로 수사 왜곡 위험 가중”

입력 2025-08-19 05:0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계기로 국방개혁 차원에서 군검찰을 문민 국방부 장관 직속 조직으로 통합하는 안이 추진됐으나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게 됐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당초 각 군 참모총장 직속 검찰단을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군 지휘권의 위축, 마땅한 대안 부재 등의 이유로 국방개혁이 아닌 검찰개혁의 세부 항목으로 이관됐고, 핵심 추진과제에서 ‘권고’ 수준으로 격하돼 추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기획위는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검찰개혁안에 군검찰 통합안을 포함했다. 군검찰은 크게 국방부 장관 소속 검찰단과 각 군 참모총장이 지휘하는 검찰단으로 분류되는데, 이를 국방부 내 하나의 조직으로 합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외교안보분과에서 국방개혁 과제로 비중 있게 논의했으나 정치행정분과로 이양되면서 검찰개혁의 하위 안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게다가 검찰개혁 분야에서도 수사·기소 분리처럼 국정 과제로 설정되지 않고 권고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올 초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채 상병 특검 논의 당시 군검찰의 대대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분출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크다. 당시 민주당은 각 군 참모총장이 검찰단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하나의 통합된 독립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국정기획위 역시 군사 기밀 관련 사건을 제외한 일반 사건은 민간 검찰해 이양해야 한다는 파격적 의견까지 다뤄왔다. 하지만 논의 결과 군 지휘권 위축 등에 따른 현장 반발을 고려했을 때 즉각적인 군사법원법 개정같은 군 사법제도 개편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안을 검토했던 국방부 법무관리실도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직 개편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한 뒤 (군검찰 통합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군검찰 통합을 강제하기에는 너무 (군 수사) 정보가 충분치 않았다”며 “과제로 추진했다가 무산될 경우 국정 과제 하나를 실패하게 되는 위험성이 있어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정기획위 관계자도 “검찰개혁에 묻어가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명현 순직해병대원 특별검사가 지난달 1일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에서 고 채수근 상병 묘소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군 내에서는 정부가 신중론으로 선회하면서 사실상 군검찰 통합이 무산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역 육군 소령인 한 군 법무관은 “군검찰 조직을 하나로 합칠 경우 정권 코드에 맞는 인물이 군검찰 수장으로 오면 특정 권력 입맛에 맞게 수사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검찰 개편은 수사 독립성과 군의 근간인 지휘권을 모두 보장해야 하는 복합 과제다. 고등군사법원장(육군 준장) 출신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군검찰을 지휘권 관계로 보면 참모총장 아래에 둬야 하고, 사법적 측면으로 보면 국방부에 통일해도 괜찮다”며 “결국 정책의 선택 문제로, 실무 상황과 부작용 가능성을 종합해 합리적 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