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꿈을 놓지 않은 ‘야구 미생’들이 그라운드에 모였다. 이들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프로 입성이라는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경기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2026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해외 아마추어 및 프로 출신 선수와 고교 및 대학 등록 후 중퇴 선수를 대상으로 열렸다. 투수 8명과 야수 11명이 참가했다. 타격·수비·주루·투구 네 가지 항목에서 평가가 이뤄졌다.
운동장은 ‘제2의 황영묵’을 꿈꾸는 선수들의 기합으로 가득했다. 황영묵은 독립리그 연천 미라클 등에서 4년간 뛰다 2024 트라이아웃을 거쳐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지난해 타율 0.301(349타수 105안타)로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는 성적은 주춤하지만 내야 유틸리티로 꾸준히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의 사례는 독립 리그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이번 참가자 19명 중 15명이 독립야구단 출신이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 출신 신우열이다. 2023 MLB 신인드래프트 16라운드에서 지명된 그는 지난달까지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뛰었다. 신우열이 타석에 들어서자 그의 뒤로 스카우트들이 늘어섰다. 외야로 큰 타구가 뻗어갈 때마다 수첩과 펜을 쥔 스카우트들의 손이 분주해졌다.
이번 트라이아웃은 신우열에게 KBO리그 입성을 위한 두 번째 도전이다. 그는 고교 3학년 시절이던 2019년 4할을 웃도는 타율에도 지명을 받지 못했다. 신우열은 “6년 전의 나는 타율만 높았을 뿐 장점이 하나도 없는 타자였다. 지금은 파워와 속도, 수비 모두 발전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간절히 임했다”고 말했다.
야구 예능프로그램 ‘불꽃야구’ 출신 선성권의 도전도 눈길을 끌었다. 비선수 출신인 그는 “어릴 적 야구선수에 도전하지 못한 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미련으로 남았다. 꿈을 위해 2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야구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구속이 시속 148㎞까지 나왔다. 후회 없이 던졌다”며 “프로 유니폼을 입고 1군 마운드를 한 번이라도 밟을 수만 있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트라이아웃을 마친 선수들은 다음 달 17일 열리는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각 구단의 선택을 기다린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14명의 선수 중 프로 진출에 성공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고양=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