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위’ 韓농구에 쏟아진 박수, 69세 노장이 되살린 ‘원팀 스피릿’

입력 2025-08-18 17:21
한국 농구 대표팀의 안준호 감독이 지난 1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코트 위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FIBA 제공

한국 농구 대표팀이 아시아컵 입상에 실패하고도 이례적으로 박수를 받고 있다. 강호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는 투지와 진정성으로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는 평가다. 69세의 백전노장 안준호 감독은 무너졌던 대표팀의 ‘원팀 스피릿’ 재건에 성공했다.

한국은 18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막을 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최종 6위를 기록했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꺾었던 호주가 대회 3연패, 8강에서 한국을 제압한 중국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직전 2022년 대회와 같은 순위지만 팬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대표팀의 경기 영상엔 “한국 농구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 “지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한국은 귀화선수가 없어 대회 내내 높이에서 약점을 보인 대신 강력한 압박 수비와 허슬 플레이, 빠른 공수 전환으로 맞섰다. 이현중(나가사키), 문정현(KT), 여준석(시애틀대) 등 젊은 선수들은 진지한 태도와 열정적 플레이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1월 부임한 안 감독은 ‘원팀 코리아’라는 슬로건 아래 팀 조직력을 다지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누군가는 당장 국제대회 타이틀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대표팀 구성원이 이전과 다른 경기력과 태도, 사명감을 회복하는 것이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밑거름”이라고 강조해 왔다.

안 감독은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이름값을 철저히 배제했다. 팀워크를 해치지 않는, 국가대표로 헌신할 수 있는 선수를 중용했다. 32세에 첫 태극마크를 단 가드 정성우(한국가스공사)가 대표적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궂은일에 강점이 있는 정성우는 이번 대회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맹활약했다.

안 감독은 과거 프로 사령탑 시절 서장훈, 강혁, 이규섭 등 당대 최고 스타들과 소통하며 우승한 경험을 십분 활용했다. 그는 대회 기간 열린 태도로 젊은 선수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으로도 주목받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