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젤렌스키·유럽 정상, 백악관 회담…우크라 안보 보장 ‘빅딜’ 성사되나

입력 2025-08-18 07: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영접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담은 우크라이나전의 향배를 결정할 회의다.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가 유럽뿐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얼마나 안보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넘길 수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유럽 정상들은 만나 푸틴이 요구해온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논의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기 위한 자리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주요 정상이 총출동해 젤렌스키를 지원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목표는 유럽인과 우크라이나인의 단결된 전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푸틴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원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와 유럽 정상들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해왔지만, 트럼프는 푸틴과 회담 뒤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푸틴의 요구대로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고 평화협정을 수용하라는 압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중대한 진전(BIG PROGRESS ON RUSSIA)”이 있다며 “지켜봐 달라(STAY TUNED)”라고 썼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내놓고 있다. 푸틴과의 회담에 배석했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이날 CNN 등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다음과 같은 양보를 얻어냈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 조약) 제5조와 유사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니라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직접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다른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집단 방위 조항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회담에 대해 “대화 대부분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안보 보장의 종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그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거나 미래에 이런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루비오는 미국이 어떤 유형의 안전 보장을 제공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유럽이 할 수 있는 것과 제안할 수 있는 게 많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약속(US commitment to a security guarantee)을 제안할 경우 그건 매우 큰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는 유럽의 역할이 더 크지만, 미국도 필요할 경우 안보 보장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해왔고, 유럽 국가들도 지지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은 못하더라도 나토 가입과 같은 수준의 집단 안보를 유럽뿐 아니라 미국으로부터도 보장받을 수 있느냐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러시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젤렌스키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유럽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을 제공하기로 동의한 것은 중요하다”며 “이것은 중요한 변화”라고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을 내고 “적대 행위가 중단되면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이 파견돼 우크라이나의 하늘과 바다를 보호하고 우크라이나의 군대를 제건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영도 양보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크다는 점은 여전히 평화협정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푸틴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가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영토를 양보하려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며 반대해왔다. 유럽 정상들도 러시아에 돈바스 지역을 넘길 경우, 침략 전쟁에 대해 부당한 보상을 하게 된다며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젤렌스키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에 기여하려는 트럼프의 의지를 환영한다”면서도 영토 문제는 우크라이나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토 가입도 아닌 ‘나토와 유사한 보호’라는 방식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지나치게 모호해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최소한 구체적인 안보 보장 중 하나로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안보 보장 조치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푸틴은 세부 사항이 확정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