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굿즈 난리인데 규제 가로막힌 K중고품

입력 2025-08-17 16:16

중고 플랫폼마다 K팝 굿즈 거래가 하루 수백 건 이상에 이르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빅히트 이후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고거래 역직구도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다. 시장은 빠르게 커가는데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떠오른 ‘K중고’ 시장을 제도적으로 육성하기 중고품 세제 특례 확대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제매입세액공제 특례 대상에 중고품을 포함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됐다.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실제로 부가세를 내지 않았더라도 낸 것으로 간주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현재는 농수축산물, 중고차, 재활용 폐자원처럼 매입세액 입증이 힘든 품목에만 적용된다.

중고매매의 경우 이미 부가세가 붙은 상품에 다시 과세가 이뤄지는 ‘이중 부담’ 구조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일반 소비자에게서 매입한 중고품은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기 어렵지만 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부가세가 사실상 이중으로 부과되는 것이다. K팝 앨범, 포토카드, 전자기기, 의류 등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세제 사각지대에 놓인 판매자와 플랫폼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까치 호랑이 배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글로벌 중고시장 분위기는 국내 규제 현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중고 시장 규모는 2019년 1300억 달러에서 2023년 2074억 달러로 성장했다. 2029년에는 29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리커머스 플랫폼은 세금 부담 완화 정책을 바탕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마진세와 의제매입제도를 도입해 세 부담을 완화했다. 호주·뉴질랜드·스위스는 중고품 전반에 공제를 적용한다. 미국 역시 민간 주도로 매출세 폐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국내 플랫폼은 제도적 한계에 가로막혀 있다 보니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럼에도 국내 중고 거래 전문 기업들은 관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23년 7월 출범한 번개장터의 해외 서비스 ‘글로벌 번장’은 출범 1년 만에 거래액이 63%, 거래 건수가 46% 증가했다. 지난해 이뤄진 전체 거래 가운데 K팝 굿즈가 차지한 비중은 70%에 달했다. 중고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 거래는 더이상 ‘남는 걸 파는 시장’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순환하는 산업’”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콘텐츠 종주국으로서의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