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뮤지컬 장르 연구단체인 ‘한국뮤지컬학회’(이하 학회)가 16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진행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국내 뮤지컬 관련 학계와 산업계 등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43명이 참여한 가운데,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와 원종원 순천향대 SCH미디어랩스대학 학장이 초대 회장과 부회장으로 추대됐다.
1966년 최초의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한국 뮤지컬은 21세기 들어 급격하게 성장했다. 2000년부터 약 25년 동안 30배 이상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며 2024년 말 기준 티켓 판매액이 465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대중음악을 제외한 한국 공연예술 시장 내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이러한 성장세를 토대로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 4대 뮤지컬 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특히 창작 뮤지컬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영국, 미국 등 뮤지컬 본고장의 문까지 두드리며 새로운 K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대학로에서 출발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뉴욕 브로드웨이에 올라 토니상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오른 것은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연극의 하위 장르였던 뮤지컬은 지난 2022년 공연법 개정에 따라 독립 장르로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독립적 학술 분과로서의 뮤지컬학은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 이는 뮤지컬 장르 고유의 특징을 정교하게 반영한 연구 부재로 이어지면서 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학문적 발전과 실무 인재 육성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뮤지컬학회의 창립은 독립적인 분과 학문으로서 뮤지컬학의 좌표 정립을 위한 출발점이다. 이후 학술대회 개최, 학술지 발간 외의 다양한 학술 활동, 교육 프로그램, 정책 제안 등 광범위한 활동을 통해 인재 육성, 대중의 인식 제고, 정부 정책 마련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 뮤지컬의 60년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한국 뮤지컬만의 특성을 반영한 ‘한국 뮤지컬학’을 정립하고 해외 교육 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뮤지컬 한류가 뮤지컬학 한류로 확대하는 데도 기여할 방침이다. 이날 학회는 내년 1월 창립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학회지 창간호를 발간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고희경 한국뮤지컬학회 초대 회장은 “한국 뮤지컬의 폭발적인 시장 규모 확대와 한국 대학로에서 만들어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을 받고 한국 프로듀서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제작해 올리는 등 국제적 위상이 제고됐음에도 독립적 학술 분과로서 뮤지컬학은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한국뮤지컬학회는 다양한 학술 활동을 통해 뮤지컬만의 장르적, 역사적, 산업적 특성을 면밀히 반영한 뮤지컬학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체계적인 연구 및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 경쟁력 있는 학술 및 실무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