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수도권 서해안의 마지막 대규모 갯벌이자 천일염 문화의 시작지인 소래습지 일대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4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국가도시공원 지정 요건과 국비 지원 범위가 확대됐다. 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소래습지와 해오름공원, 람사르습지, 장도포대지 등 일대 약 600만㎡를 통합한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지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래습지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자연해안선과 한남정맥 발원 하천의 자연하구를 동시에 품은 지역이다. 자연해안선은 조간대, 갯벌, 염습지 등 서식환경을 형성해 어류·조류·무척추동물의 번식과 서식지 역할을 한다. 특히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인 기수역은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고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비롯해 흰발농게, 검은머리갈매기 등 300여종 생물의 중요한 서식처다.
또 8000년 세월이 빚어낸 사행성 급경사 갯골은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지형적 특성을 가진다. 가을철 붉은 카펫처럼 펼쳐지는 해홍나물, 나문재, 칠면초 등 염생식물 군락은 천연기념물급 경관을 자랑한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 천일염의 시작지이자 1930년대 전국 염전의 60%를 차지하던 광활한 소래염전이 자리했던 곳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소금창고와 소래포구어시장은 지역주민 및 방문객에게 염전문화의 흔적을 전하고, 개항기 군사유적인 장도포대지는 서해안 방어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소래습지는 도시 개발, 불법 매립, 공장 가동 등에 따른 환경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특히 영동고속도로와 인천 주요 간선도로 진입부에 인접한 특성으로 경관 훼손 및 오염물질 유입이 우려된다.
국가도시공원 지정은 자연·역사·문화 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지정 시 조성비와 관리·운영비의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아 장기적인 보전 및 활용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국가도시공원은 단순한 보전 공간을 넘어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 파리 라빌레뜨 파크와 같은 대규모 녹지공간은 시민의 여가·문화생활 증진과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시는 앞으로 연말까지 공원으로 통합하기 위한 도시관리계획 및 공원조성계획 수립 등 법적 절차를 추진하고 내년 하반기 국토교통부에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가도시공원 지정은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키는 동시에 세계적인 해양생태·문화관광 명소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