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있는 음악에 맞춰 안무를 추는 1분 남짓한 영상이 쏟아지는 숏폼 플랫폼 틱톡.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자극적 영상들 사이에서 의외의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빠와 어린 아들이 빵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하굣길에 새로 나온 사탕을 나눠 먹어보는 등 소박한 장면들이다.
9살 난 아들 윤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아빠 김호두(36)씨가 올리는 육아 콘텐츠다. 지금까지 그가 올린 영상은 약 750편, 그를 구독한 팔로워는 37만6000명을 넘겼다.
김씨의 영상은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 콘텐츠와 결이 다르다. 꾸밈없는 평범한 아빠와 아들의 일상 가운데 때때로 부자간 갈등이나 짜증 섞인 순간도 담겨 있다. 10대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에서 크게 주목받기 어려울 듯 보이지만 반응은 다소 의외다. “나도 저런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아빠는 영화관 가기로 약속해놓고 안 지켜줬다”며 댓글을 통해 공감을 표현하는 이들이 적잖다.
최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씨는 평범한 아빠가 어떻게 틱톡을 통해 수십만 팔로워와 소통하게 됐는지 들려줬다.
김씨는 “처음 영상을 올릴 땐 중장년층이 과거를 회상하며 볼 줄 알았다”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학생들과 20대 초반 구독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고, 20대는 양육 방식을 주의 깊게 본다. 젊은 세대도 육아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고 덧붙였다.
그가 틱톡을 선택한 이유도 단순했다. 그는 “긴 영상은 섬네일을 만들고 클릭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기획을 하게 되고, 모든 것이 작위적으로 변한다”며 “반면에 틱톡은 추천 피드 시스템 덕분에 도입부만 매력 있게 만들면 부담 없이 시청자와 연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상 속에는 정돈되지 않은 방이 모자이크 없이 등장하고, 부자가 함께 샤워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김씨는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게 우리 가족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며 “우리 가족은 이 과정을 함께,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꾸밈없이 기록한다”고 말했다.
사적인 공간을 드러내는 데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은 댓글로 집 위치나 아이의 학원 정보를 추정하기도 했다. 김씨는 “처음엔 걱정돼 댓글을 삭제하기도 했지만 실제 위협적인 상황은 없었다”며 “오히려 평범한 가족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내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는 “가끔 아내가 콘텐츠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주면 영상을 삭제한다”며 “윤이와 아내에게는 주기적으로 의견을 묻는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 영상들이 윤이에게 나무뿌리처럼 삶의 토대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는 “쑥스럽고 화나고 간절했던 일상을 마주하기 싫어질 때도 있을 테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고 경험한 만큼 값진 삶을 살게 되리란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일도 많다. 김씨는 “윤이가 크면 스쿠버다이빙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에 도전하거나, 김장해서 이웃과 나누는 콘텐츠도 찍고 싶다”며 “언젠가 윤이가 ‘왜 그렇게 영상을 많이 찍었냐’고 물으면 ‘그게 아빠의 일상이었어. 너는 내게 전부였으니까’라고 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