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뛰어넘은 신학자’ 한태동 연세대 교수 별세

입력 2025-08-16 17:11 수정 2025-08-16 20:15
한태동 연세대 명예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신학뿐 아니라 자연과학, 인문학, 문화, 예술 등에서 신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경계를 뛰어넘은 신학자’ 한태동 연세대 신과대학 명예교수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소천했다. 향년 101세.

1924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한 교수는 중국 상하이의 성요한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웨스트민스터신학교를 졸업했다. 신학대 졸업 이후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학교에서 교회사학으로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선친은 독립운동가인 한진교 선생이다. 한 선생은 상해에서 해송양행을 설립해 운영하며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독립운동자금으로 헌납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될 수 있었다.

한 교수는 1957년 한국에 돌아와 1990년까지 33년 동안 후진 양성에 매진했다. 신학, 의학, 중국학, 갑골문자, 유불선 연구, 인지과학, 수학 등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학문적 사고의 틀을 제시했고, 세종대의 한글 창제의 음성학적 연구로 제24회 외솔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신학과뿐 아니라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도 학문적 소양을 넓혀주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인 연세대 신과대 최형묵 동문회장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업 중에는 무엇보다 사유하는 방식을 일깨워주었고, 그래서 한 교수님 수업은 신학 전공 학생들뿐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꽉 들어차서 언제나 대형 강의실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며 “더불어 ‘됨됨으로 살라’며 자기답게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워주신 것 또한 기억에 남는다”고 추모했다.

연세대 정미현 교목실장은 “서양 기독교회사뿐 아니라, 동양사상과 악학궤범을 비롯한 한국사상의 대가로서 간학문적 통섭의 선구자이셨으며, 성실한 신앙인으로서 거동이 불편하시기 전까지 대학교회 맨 앞자리를 늘 지켜주셨던 분이셨다”며 “사모님과 함께 끼니를 염려하는 학생들을 사랑으로 살피셨던 실천가”라고 고인을 기억하며 애도했다

연세대 신과대 김현숙 학장도 “교회사, 종교사상, 과학사, 문화사, 세종 시대의 음성학 연구로 신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신 학자”라면서 “특히 연세신학공동체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연세대 대학교회 김동환 담임목사는 “80~90대 스승님들의 스승이시자, 대학교회에 기둥 같은 교우님이셨다”며 “매년 5월에 열리는 전교인 야외 예배에 지난해에는 사모님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오셔서 다른 교우님들이 크게 반가워하셨다”고 추억했다.

한 교수는 그의 아내인 홍근표 기독간호대학 명예학장과 나눔으로도 세상을 빛냈다. 2015년 연세대 부지와 맞닿아 있는 454㎡(137.33평)의 대지를 학교에 기부했고, 용인세브란스병원에 1억원과 세브란스병원 건축 기금으로 2000만원 등을 전달한 바 있다. 홍 학장은 지난 6월 소천했다.

고인은 연세대 신과대학장, 연합신학대학원장, 중앙도서관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2남 1녀를 두고 있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17일부터 마련되며 장례예배는 연세대 대학교회(김동환 목사) 주관으로 18일 오전 11시 30분 서대문구 연세대 내 루스채플에서 드려진다. 발인은 19일이다.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 영락동산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