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두고 담판을 짓는다. 3년 반 가까이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세기의 담판’이지만 당사국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협상에서 빠져있어 러시아에만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두 정상은 이날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양측 발표에 따르면 오전 11시30분 단독 회동을 한 뒤 양측 참모들이 참석한 추가 협상을 이어간다. 한국시간으로는 16일 오전 4시30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2017~2021년) 푸틴 대통령과 6차례 만난 바 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두 정상이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점령 인정 여부다. 러시아는 2014년 불법 병합한 크림반도 외에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영토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휴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러 정상회담 합의 가능성을 묻자 “푸틴 대통령이 합의에 나설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도 25% 정도 있다”고 말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도 언급했다. 진행자가 러시아산 제품을 수입하는 국가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과 관련해 묻자 “이번 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물론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합의를 위해 러시아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강력한 협상 수단”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후속 협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여하는 3자 회담 개최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3자 회담을 준비하는 성격”이라며 “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협상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토 양보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뭔가를 분배한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나쁜 말은 아니다”며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영토가 조정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