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는 과테말라 시골 마을의 기적

입력 2025-08-15 13:00
티투케 마을 주민들이 14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치키물라 핀카스 라스 플로레스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방을 만들고 있다.

“2년 만에 저희는 자체 브랜드까지 만들었어요. 첫해에만 1000달러를 벌었고요. 이제는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이 생겼습니다.”

14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치키물라주 티투케 마을의 핀카스 라스 플로레스에서 러시 넬리 몬토야씨가 가난했던 마을이 자립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해발고도 15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사는 이들은 2년 전 과테말라 월드비전을 통해 공동체 기반 자조 저축 프로그램인 ‘세이빙스 포 트랜스포메이션(S4T)’ 훈련을 받으며 변하기 시작했다.

저소득 가정과 공동체가 스스로 저축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이 프로그램으로 티투케 마을 주민들은 훈련 첫해에 이미 1000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바구니 짜는 법을 응용해 가방을 만든 뒤 ‘이슈카나(IXCANA)’라는 브랜드도 달았다.


전통의 숨결을 담은 이 가방은 가난했던 여성들의 손길을 통해 이들만의 문화를 세상에 알리는 창구가 되고 있다.

모든 일의 출발은 S4T였다. 15~25명까지 한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수익 창출을 위한 사전 훈련을 받고 이후 수익이 생기면 매주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소액 대출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런 재정 관리를 통해 장기적으로 생활비와 자녀 학비, 의료비 등을 스스로 마련하게 되고 소규모 창업이나 농업 등 생산적인 활동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세계적으로 월드비전은 ‘임파워드 월드 뷰’라는 신앙 훈련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가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개인의 생각과 삶의 태도를 복음 안에서 변화시킨다.

마리아씨는 “이 가방을 만들고 판매까지 하는 전 과정을 월드비전을 통해 배웠다”면서 “이를 통해 가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엿 봤다. 지금은 저금도 하고 아이들 학비도 조금씩 마련하고 있다”며 반색했다. 그는 “임파워드 월드 뷰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피조물이란 걸 깨닫고 무너졌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주민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방을 만들고 있다.

티투케 마을 주민 중 일부는 가방의 재료인 ‘뚤레’를 기르고 나머지는 가방을 만드는 식으로 업무 분담도 하고 있다.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가방뿐 아니라 머스크향 향수와 커피까지 가공해 제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상품은 모두 이슈카나 브랜드를 달고 소비자를 만난다.

이날 핀카스 라스 플로레스에는 부천 복된교회 박만호 목사를 비롯해 월드비전·국민일보 등 ‘밀알의 기적 캠페인’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박 목사는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복음을 통해 행동이 먼저 변하고 이를 통해 자립을 향한 열망을 키우고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월드비전의 프로그램이 상당히 의미 있다”면서 “무너진 가정과 마을 공동체를 건강하게 키우는 사역이 세계 각지로 확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치키물라(과테말라)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