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탁재산 만큼만 분양대금 반환 약정 유효”

입력 2025-08-15 11:32 수정 2025-08-15 11:38
대법원 제공

부동산 분양계약을 맺으면서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약정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신탁사가 분양대금을 돌려줄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양모씨 등 수분양자 10명이 코리아신탁을 상대로 부동산 분양대금을 반환하라며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부분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코리아신탁은 경기 고양시의 한 생활숙박시설 위탁자인 A사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맺은 수탁사로, 양씨 등 수분양자들은 코리아신탁, A사와 분양계약을 맺었다. 양씨 측은 A사와 A사 대표가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자 이를 근거로 분양계약 해제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전에 돌입했다.

2심은 원고 측이 분양계약 해제 권리를 적법하게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분양대금은 신탁재산에 속하고 분양계약 해제로 인한 분양대금 반환 의무는 신탁계약의 업무범위 내에 해당한다며 코리아신탁이 분양대금 반환 의무를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분양계약 특약에 따라 코리아신탁의 책임이 신탁재산 범위 내로 제한될 수 있는지를 놓고 2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관리형 토지신탁 수탁자가 수분양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재산 범위 내에서만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이른바 ‘책임한정특약’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자유의 원칙에 비춰 이러한 약정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면책적 계약인수’ 조항 효력도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에서 신탁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를 불확정기한으로 한 면책적 계약인수약정을 했다고 보인다”며 “원심으로서는 신탁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 여부를 심리해 분양계약에 따라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분양대금 반환의무 등 일체의 권리 의무가 A사에게 면책적으로 승계됐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