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AI 딥시크, 당국 권유로 중국산 칩 쓰다 새 모델 출시 지연”

입력 2025-08-14 18:46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새 AI모델 R2의 훈련에 화웨이칩을 사용했다가 문제가 생겨 출시를 연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딥시크가 당국의 권고로 화웨이 칩을 R2 훈련용으로 채택했지만, 기술적 문제가 생겨 엔비디아 칩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딥시크는 올해 초 ‘저비용 고효율’ AI모델 R1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뒤 중국 당국으로부터 엔비디아 대신 자국 기업인 화웨이의 어센드 프로세서 칩을 채택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딥시크는 이를 따랐지만, 어센드칩으로 R2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화웨이는 자사 칩을 이용한 R2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엔지니어 팀을 딥시크에 파견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딥시크는 결국 R2의 훈련은 엔비디아칩을 기반으로 하고 추론에만 화웨이칩을 적용했다. R2는 당초 5월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6월 딥시크의 CEO인 량원펑이 R2 모델의 성능이 불만족스러워 출시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재경의 지난달 보도에 따르면 R1이 챗GPT의 오픈AI가 전 세계적으로 확보하고 인증받은 기존 학습 데이터를 사용해 구축된 것과 달리 R2는 훨씬 더 많은 양의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내 데이터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고성능 칩의 부족으로 학습 효율성이 크게 저하돼 R2 개발 속도가 느려졌다.

FT는 “딥시크가 처한 어려움은 중국산 칩이 여전히 미국의 경쟁사보다 뒤처져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의 기술 자립 노력이 직면한 도전을 부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리트윅 굽타 미국 UC버클리 AI 연구원은 이러한 차질이 ‘성장통’이라며 “현재 화웨이칩으로 훈련된 주요 모델이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중국산 제품 구매를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은 최근 텐센트,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의 빅테크 관계자들과 가진 회의에서 “국산 칩으로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데 굳이 엔비디아 칩을 써야 하느냐”며 엔비디아 칩 구매의 정당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