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합성 니코틴 제품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와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합성 니코틴 규제를 위한 담배사업법 개정은 국민 건강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이미 정부 3개 부처가 입장을 모은 만큼, 국회가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합성 니코틴은 화학 합성 방식으로 제조된 니코틴으로,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고문구 부착, 판매 연령 제한, 광고 규제 등 기존 담배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청소년을 포함한 소비자 누구나 온라인과 무인판매기를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급성장과 맞물려 제품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규제 공백은 심각한 사회·보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3개 부처 모두 “합성 니코틴 제품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규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기획재정부는 “유해성이 입증된 합성 니코틴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담배’ 정의를 확장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니코틴 대체물질까지 포함한 종합 규제 체계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합성 니코틴은 천연 니코틴과 동일한 유해성을 가진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건강 영향 연구와 금연 지원 연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보호 관점에서 이를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하고, 무인판매기 연령 확인 강화와 온라인 유통 차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중·고등학생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남학생 5.8%, 여학생 3.2%였으며, 이 중 액상형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비율도 상당했다. 또 일부 연구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자의 60% 이상이 결국 일반 담배로 전이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합성 니코틴을 ‘담배’ 정의에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10여건이 계류 중이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 규제는 더 이상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다. 기재부, 복지부, 여가부가 모두 같은 방향을 지지하고 있다”며 “국회가 ‘담배’ 정의를 확장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대통령령과 시행규칙 등 후속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니코틴 제품에 대한 포괄적 정의 도입, 온라인 광고 제한, 무인판매기 규제 등은 입법과 행정이 동시에 작동해야 가능한 일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