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가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국군방첩사령부의 폐지를 본격 추진하면서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폐지’의 함의를 두고 기존 기능을 대폭 축소해 부대 재창설을 하는 방안부터 조직 이관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과거 2018년 문재인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 해편 작업과 유사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14일 “방첩사의 폐지는 무소불위 권력을 쥔 기존의 방첩사는 없어진다는 의미”라며 “정보와 수사권, 보안 기능, 신원 조사권을 한 기관에 몰아넣은 조직인 방첩사는 세상에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폐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 것일 수도 있고, 부대 재창설일 수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개념”이라고 했다. 조직의 축소 개편, 기능 분산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여러 가능성과 계획을 열어뒀다는 뜻이다.
국정기획위는 전날 이재명정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방첩사는 폐지하고, 필수 기능은 분산 이관한다”고 발표했다. 군 내에서는 해체, 해산, 축소 등이 아닌 폐지가 공식 언급된 것을 두고 완전 해체 기조가 옅어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홍현익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장은 “방첩 기능은 놔두고, 기존의 방첩사 자체의 폐지를 건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국정기획위 내에서는 “방첩 기능을 국방부 내 방첩본부로 옮겨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 “외청을 신설해 방첩 업무를 넘겨야 한다” 등의 강경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방첩 기능을 남긴 것은 안보 공백에 대한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방첩사 폐지는 7년 전 기무사 해편 과정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당시 기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친위 쿠데타를 검토했다는 ‘계엄 문건’ 의혹이 제기되며 국군안보지원사령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당시 문재인정부는 ‘해체에 준하는 개편’이라며 이 작업을 ‘해편’이라고 규정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국방부 조사본부에 별도 안보수사팀을 신설해 방첩사의 수사권을 이관하는 안이다. 방첩사가 수행했던 보안 업무는 본부와 국방정보본부, 각 군 정보작전참모부 등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방첩사가 국가정보원과 함께 수십 년간 이끌었던 기존 대공 수사 방식 역시 완전히 구조가 달라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안보 수사의 공백을 채울 치밀한 대안 마련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정보부대 관계자는 “첨단 기술의 발달로 반국가·간첩 행위가 더욱 은밀하고 교묘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적 방첩 기능 약화는 안보 위기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대공 수사는 축적된 역량과 국내·국외·과학·사이버 등 다면 정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영역”이라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