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송성문 “난 슬로 스타터…키움, 희망을 본다”

입력 2025-08-14 16:48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 키움 제공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28)은 지난해 야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2015년 프로 데뷔 후 9년 만에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전성기를 맞았다. 타율 0.340 19홈런 104타점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승선하는 영예를 안았다.

최근 경기장에서 만난 송성문은 “나의 야구 인생은 지독한 슬로 스타터와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작년 새해 첫날 서른 살이 다가왔다는 걸 실감했다”며 “당시 10개 구단 주전 3루수 중 내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한창 전성기를 보낼 나이지만, 나는 더 이상 증명하지 못하면 서서히 잊힐 나이라는 위기감이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만 놓고 봐도 그는 ‘슬로 스타터’가 분명하다. 4월까지 타율은 0.221에 머물렀다. 송성문은 “작년 활약으로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욕심을 낸 게 독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곧 제자리를 찾았다. 14일 경기 전까지 타율 0.303 19홈런 63타점을 올렸다. 도루도 19개를 기록하며 2년 연속 3할 타율과 생애 첫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구단은 그의 활약에 6년 총액 120억 규모의 다년계약으로 화답했다. 비자유계약선수(FA) 신분 기준으로 야수 최대 금액이다.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원준 기자

송성문이 첫 주장으로 나선 올 시즌, 팀은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키움은 전날 기준 33승 4무 74패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최하위가 유력하다. 그는 “지금 성적은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온전히 실력 때문”이라며 “그라운드에서 사소한 플레이 차이 하나가 승패를 좌우한다. 남은 시즌 이를 보완하지 못하면 내년 반등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찾고 있다. 그는 “후반기 들어 설종진 감독 대행님과 2군 시절부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젊은 선수들이 안정을 찾고 있다”며 “표면적인 성적은 아쉬워도 내부적으로 보면 희망이 생긴다”고 힘줘 말했다.

‘키움 종신’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데뷔 이래 줄곧 키움에서만 뛴 송성문은 올 시즌을 마친 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MLB)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는 “구단이 이번 계약과 상관없이 언제든 빅리그 진출을 도와준다고 했다. 곧 에이전트도 선임할 예정”이라며 “도전은 해볼 생각이지만 키움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송성문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히어로즈를 위해 남은 야구 인생 동안 열심히 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