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전세사기범 ‘자금줄’이었다…새마을금고 임직원들 재판행

입력 2025-08-14 16:29

대전 전세사기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건설업자들과 이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준 지역 새마을금고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공판부(부장검사 최정민)는 대전의 한 새마을금고 전무이사 A씨(56)와 건설업자 B씨(38)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범행에 연루된 새마을금고 이사장 C씨(68) 등 임직원 5명과 건설업자 4명, 브로커 2명도 불구속기소했다.

A씨 등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2018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약 768억원을 건설업체 3곳에 총 40차례에 걸쳐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대출한도 준수, 담보·신용평가 방법 준수 등의 의무를 어기고 전세사기 건설업자들에게 마음대로 대출을 해주면서 해당 새마을금고는 사실상 전세사기범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됐다.

실제로 해당 새마을금고가 전세사기범들에게 대출해준 금액은 대전 전세사기 관련 전체 대출 비중의 약 40%에 달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대출 실행 등을 빌미로 약 2억4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경우 대가로 받은 1억2000만원을 ATM기기로 조금씩 나눠 출금하면서 차명계좌에 분산 보관했다. 이를 아내 명의로 모두 이전하고 가장이혼을 해 돈을 숨기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B씨 등 건설업자들은 이 새마을 금고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사기에 쓰인 건물을 신축·매입한 뒤 브로커를 통해 섭외한 ‘바지 임대인’ 앞으로 건물 명의를 돌려놓았다.

바지 임대인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과 전세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받아 대출이자만 계속해서 납입했다. 보증금 반환 시점이 임박하면 이를 돌려주지 않은 채 건물을 경매에 넘겨버렸던 탓에 피해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세사기 피해가 속속 표면화 되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은 임대인·공인중개사 등을 고소하며 처벌을 호소했다. 하지만 변제 능력이 없는 바지 임대인 등만 처벌을 받고 사건이 종결돼 임차인들이 입은 피해는 회복되지 못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대전지역 주요 전세사기 사건 135건을 교차 분석해 이들 일당이 다수의 사건에 중첩돼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후 ‘전세사기 피해회복 공판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를 확대, 이들 일당이 바지 임대인의 배후에서 전세사기를 계속해서 벌여 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범행에 연루된 일부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전세사기 건설업자의 배우자나 형제, 친척 등 특수관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이 5년 이상 유지되면서 해당 새마을금고는 자산이 4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 대전·충청권 최대 금고로 성장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숨긴 차명재산을 추적해 몰수·추징하는 한편 임차인들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형사처벌 외에도 피해자들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차명재산의 몰수·추징보전을 청구했다”며 “전세사기와 같은 민생침해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그 배후까지 엄단하고 범죄수익은 남김없이 박탈하겠다. 피고인들의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