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는 선교지에서 돌아올 때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입력 2025-08-14 15:46
송재흥 선교사가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 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책 출간 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교회의 단기선교가 단순한 여행에 그치지 않고, 진짜 선교가 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줄 지침서가 나왔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 선교국장인 송재흥(62) 선교사가 지난 35년간 튀르키예와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 선교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 ‘단기선교 매뉴얼 7.0’을 펴냈다.

송 선교사는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총회 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교 열정은 소중하지만, 훈련 없는 열정은 때론 위험할 수 있다”며 책 출간 취지를 밝혔다.

여름철을 맞아 많은 한국교회가 해외로 단기선교를 떠난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선교는 선교지와 파송교회 모두에게 해가 된다. 일례로 노란색이 죽음과 저주를 상징하는 나라로 단기선교를 떠나면서 이를 알지 못한 채 노란색으로 단체 복장을 맞추는 식이다. 이에 송 선교사는 “‘단기선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가야 하는가’를 먼저 질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질문은 단기선교를 ‘선교적 동역’으로 재정의하고, 단순한 감정적 열정이나 이벤트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게 만든다고 송 선교사는 설명했다.

이는 성경적 상징에서 착안한 책 제목 ‘7.0’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신명기 7장 속 가나안 일곱 족속을 향한 영적 도전과 누가복음 10장에 예수님이 70인을 짝지어 파송한 공동체적 사명, 마가복음 8장에서 예수께서 4000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한 후 일곱 광주리가 남은 열매를 상징한다. 단기선교는 영적 전쟁의 현장이자, 공동체적 파송이며, 지속적인 열매를 남기는 사역이라는 의미다.
송 선교사는 “단기선교는 선교 현장의 필요를 철저히 조사한 뒤, 현지에서 전해지는 얘기를 경청하고 돌아와야 한다”며 “선교를 다녀온 후에는 어떻게 하면 지속해서 선교지를 책임질 수 있는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송 선교사는 특히 “단기선교는 선교지에서 돌아올 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단기’ 선교로만 그치지 않고 선교를 다녀온 후에도 지속해서 선교지를 지원할 방안을 현지 선교사와 파송교회가 함께 고민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송 선교사는 “단기선교는 복음을 ‘수확’하는 일이 아니라 복음의 ‘씨앗’을 심는 사역이다”며 “단기선교팀은 ‘산모’가 아니라 ‘산파’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 선교사는 책에서 준비, 실행, 사후 관리에 이르는 각 선교 과정마다 숙지해야 할 이론과 실제를 안내한다. ‘효율적 단기선교의 실제와 원칙’을 다룬 12장은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기초적인 선교관이라 할 수 있는 “선교의 리더십은 파송교회가 아닌 현지 교회에 있어야 한다”는 송 선교사의 말을 계속 곱씹어보게 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송 선교사는 이 장에서 현지 교회와의 협력 방안부터 현지인과 감정적으로 맺은 지키지 못할 약속의 위험성 등 실제 선교 현장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책 중간에는 선교 현장에서 틈틈이 기록한 묵상 에세이들도 수록했다. 또 실제 단기선교 사역을 앞둔 팀들이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도록 질문과 적용 포인트도 정리했다.

송 선교사는 “적절한 훈련과 맞춤 전략 설정, 현지교회와 파송교회 간 파트너십을 잘 조화시켜 한국교회가 이룬 단기선교의 부흥에 조금 더 나사를 조인다면, 장기 선교사가 이룰 수 없는 더 많은 열매를 단기선교를 통해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