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과 부여에 추진 중인 지천댐 건설을 두고 김돈곤 청양군수가 명확한 찬반 입장을 내놓지 않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새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김태흠 충남지사의 지적에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여전히 환경부의 정책 결정 방향을 기다린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해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돈곤 군수는 14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와 충남도에 요청한 사업의 지원 여부가 결정 되지 않고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천댐 건설에 대한 결정을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다는 충남도의 지적은 군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또 최근 김태흠 지사가 지천댐 입장 표명 지연을 이유로 청양군의 추경 예산 삭감을 지시한 것에 대해 “댐 건설 결정과 주민 생활 예산은 별개의 사안인데 입장 표명 지연을 이유로 군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예산의 독립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11일 충남도 실국원장회의에서 김돈곤 군수를 향해 “질질 끌다가 정권 바뀌고 선거가 임박하니까 (지천댐 건설을)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이 신뢰가 없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며 청양군 추경 예산을 삭감할 것을 주문했다.
충남 청양군과 부여군 일원에 건설을 추진 중인 지천댐은 지난해 7월 환경부가 발표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 가운데 하나다.
도는 지천댐 건설 관련 지역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하는 등 관련 절차를 추진 중이지만 지천댐 건설 반대 대책위원회는 “지천댐 건설은 환경 파괴와 지역 갈등만 초래할 것”이라고 댐 건설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갈등이 지속되자 충남도와 반대대책위원회 모두 김돈곤 군수에게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명숙 지천댐 건설 반대 대책위원장은 “김 군수는 지난해 9월 환경부에 전달한 (지천댐 관련) 일곱 가지 주민 우려와 요구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지천댐 건설을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제 와서 환경부의 입장만 기다린다고 말하니 황당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청양군은 여전히 명확한 찬반 입장 표명을 미루며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른 조건부 찬성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환경부에 건의한 주민 우려와 요구사항 등 7개 항목과 하수처리시설·상수도 확충 등 지원 방안이 명확해지면 댐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 군수는 “기본 구상 용역 결과와 지역 발전 대책 반영 여부를 토대로 군민 의견을 수렴해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혀왔다”며 “환경부의 정책 결정을 지켜보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아량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청양=김성준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