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전방에 설치한 대남확성기를 철거한 적도,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14일 밝혔다.
김 부부장은 또 한·미 군 당국이 연합 군사훈련 ‘을지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일부 조정해 진행하는 것도 평가절하했다.
김 부부장은 이재명정부가 단행한 대북 긴장완화 조치를 깎아내리며 적대적인 태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도 “전혀 가능성이 없다”며 일축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 제목의 담화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부부장은 “항시적인 안전 위협을 가해오고 있는 위태하고 저열한 국가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보다 선명해져야 하며 우리 국법에는 마땅히 대한민국이 그 정체성에 있어서 가장 적대적인 위협 세력으로 표현되고 영구 고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 최근 발언을 거론하며 “사실부터 밝힌다면 무근거한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 놀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덧붙였다.
합동참모본부는 대북 확성기 철거작업에 호응해 북한도 일부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지난 9일 밝혔었다. 다만 대남 확성기 40여개 중 철거된 것은 극히 일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부장은 한·미가 오는 18일 실시하는 정례 한·미 연합훈련 을지자유의 방패 연습을 일부 조정한 데 대해서도 “평가받을만한 일이 못되며 헛수고로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부장은 “한국 현 정권은 윤석열정권 때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들을 없애버리고는 그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평가받기를 기대하면서 누구 호응을 유도해보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러한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며 전혀 우리의 관심을 사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관심이 없다”면서 “서울의 대조선정책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변할 수도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고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데 대해 여러 차례 밝혀왔으며 이 결론적인 입장과 견해는 앞으로 우리의 헌법에 고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외교가 안팎에선 오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 부부장은 “우리가 미국 측에 무슨 이유로 메세지를 전달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우리는 미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나는 이미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가 정책에 반영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과 미국이 낡은 시대의 사고방식에만 집착한다면 수뇌들 사이의 만남도 미국측의 ‘희망’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는 회담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우리가 왜 관심이 없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