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신앙 선진의 희생정신을 계승하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사회통합을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아울러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되돌아보며 회개와 성찰을 통한 복음적 갱신도 다짐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은 13일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에서 ‘한국기독교 140주년, 대한민국 광복 80주년 한국교회 기념 예배’를 드리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혁 한교총 대표회장은 이날 예배 설교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놀라운 부흥과 성장을 경험했던 한국교회는 어느새 세속의 가치와 타협하며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졌다”며 “연합하지 못하고, 분열하며, 인본주의·세속주의·금권주의·탐욕주의가 교회 안에 스며들어 영적 권위를 잃었다. 무엇보다 십자가의 능력과 보혈의 은혜를 잊어버린 것이 오늘의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회장은 이에 “우리는 이 사실을 겸손히 인정하고 통렬히 회개해야 한다”며 “광복 80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다시 복음으로, 다시 십자가로, 다시 보혈의 능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십자가 앞에서 무릎 꿇고 보혈의 은혜로 정결케 될 때, 잃어버린 영적 권위가 회복되고, 복음의 능력이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며, 온 민족과 열방 속에 드러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교총은 예배 후 ‘우리의 다짐’이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분열과 대결로 이익 삼는 탐욕의 정치를 거부하며 통합의 정치, 희망의 정치를 위해 기도하겠다”며 “정치·이념 갈등은 한국사회를 심각하게 분열시키고 있다. 한국교회는 폭언과 폭력을 앞세운 극단적 대립의 정치 참여를 지지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현될 것을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의미 있는 화해의 순간도 연출됐다. 일본 개신교계 관계자가 참석해 과거사를 대신 사죄한 것이다. 일본복음동맹(JEA) 대표인 미즈구치 이사오 목사는 “과거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를 침략하고 신사참배를 강요한 죄를 슬퍼한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하고 회개한다”고 전했다. 이어 “전후 80주년을 맞아 다음세대에 과거의 죄를 전달하는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대표회장은 “십자가의 복음과 JEA의 사죄를 바탕으로 양국 교회는 다음세대 복음화, 평화와 공존, 협력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답사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믿음의 선진이 꿈꿔 온 나라를 되새겨 본다”며 “자유와 정의가 넘치는 나라, 국민이 참주인 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그 헌신에 대한 보답”이라고 축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고경환 목사)도 같은 날 경기도 고양 순복음원당교회(고경환 목사)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감사예배’를 드렸다. 한기총은 예배 후 메시지를 내고 일본 정부에는 과거사 사죄를, 북한에는 핵무기 위협 등 도발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이어 한국교회에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소외된 이웃을 보호하며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회개를 통한 한국교회의 대사회 신뢰 회복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교계 곳곳에서 나왔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권순웅 목사)는 “광복의 정신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은혜를 덧입고 복음적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며 “한국교회가 다시금 회개하고 민족과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쓰임받길 기도한다”고 했다.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도 “한국교회가 민족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국민의 마음을 통합하는 시대적 사명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