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까지 논할 정도로 긴 침체기에 빠진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 시장은 독서율 증가와 구독 플랫폼 성장에 힘입어 약진하고 있다. 여기에 활자에서 음성으로 독서의 ‘틀’을 바꾸는 오디오북 산업까지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독서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자책 구독 플랫폼 ‘KT 밀리의서재’는 올해 2분기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2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8% 늘어난 47억원을 기록했다. 밀리의 서재 측은 지난 6월 월 구독료가 2000원 인상됐음에도 기존 사용자들이 구독을 유지했고, 장기 이용을 고려한 신규 고객들도 선제적으로 가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밀리의 서재는 국내 전자책 구독 시장에서 약 6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이후 13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전자책 구독 플랫폼 성장의 배경에는 꾸준한 수요로 몸집을 키운 전자책 시장이 있다. 한국출판인회 조사에 따르면 2014년 3820억원 규모였던 국내 전자책 시장은 2023년 1조3000억원을 돌파하며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인의 독서 습관에서도 전자책 선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가 2년마다 시행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종이책 독서율은 2013년 71.4%에서 2023년 32.3%로 절반이 넘게 감소했다. 반면 전자책 독서율은 2013년 13.9%에서 2015년 10.2%로 잠시 주춤했다가, 이후 계속 상승해 2023년에는 19.4%를 나타냈다.
귀로 즐기는 ‘오디오북’ 역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독서를 세련된 행위로 인식하는 ‘텍스트힙’ 유행과 더불어, 이동 시간 등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책을 읽으려는 젊은 세대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 경우 지난해 신규 가입자가 전년 대비 55% 증가했는데, 이중에서도 20~30대 가입자는 59%, 30대 미만 여성 가입자 비율은 72%가 는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성장 가능성 역시 크다는 평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국내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2019년 171억원에서 2020년 약 300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에는 108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낭독하는 목소리를 독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고, 배속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오디오북의 강점이다. 윌라는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윌라 AI TTS’ 기능을 적용, 다양한 종류의 음성을 제공하고 있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TTS(Text-to-Speech) 기술의 경우 과거에는 기계음처럼 들려 어색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사람 목소리와 거의 흡사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윌라는 빠른 속도에도 음성이 명확하게 들리는 ‘AI 배속 기능’도 도입해 보다 풍부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