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지식 검색 서비스의 전통적 강자였던 구글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서 브라우저 ‘크롬’에 대한 매각 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생성형 AI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퍼플렉시티는 최근 구글에 서한을 보내 345억 달러(약 48조원)에 크롬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시장에서 구글 크롬의 가치가 어느 정도로 평가받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지만, 퍼플렉시티가 제안한 금액은 스타트업이 써낸 것 치고는 압도적으로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퍼플렉시티의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브라우저 서비스 하나를 사들이는 데 회사 전체 기업가치의 두 배를 투자하는 셈이다.
앞서 오픈AI도 구글 크롬 매각전에 일찍이 참전했다. 지난해 8월 미국 법원이 구글 크롬에 대해 ‘불법적 독점’ 판단을 내리자 오픈AI가 강제 매각 절차 진행 시 인수할 의향이 있다며 적극적인 협상에 나섰다. 당시 구글은 크롬 매각에 반대한다며 선을 그어 별도로 협상이 진행되진 않았다.
AI 기업들이 구시대의 산물인 인터넷 브라우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크롬의 압도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애플 사파리, 네이버 웨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등 경쟁사는 물론이고 챗GPT, 퍼플렉시티 등 생성형 AI가 등장한 현재도 크롬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AI 기업들 입장에서 크롬 인수가 자체 브라우저 개발에 비해 저렴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도 배경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자체 브라우저는 제작하기 힘든 것도 단점이지만 데이터를 쌓고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구글 크롬의 운명은 이르면 이달 말 확정될 계획이다. 크롬의 불법 독점 판결을 내린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독점 해소 방안에 대한 결론을 월말까지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만약 강제 매각 결정이 현실화하면 이번에 제안을 보낸 퍼플렉시티를 포함해 빅테크·AI 기업들 간 치열한 인수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