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턴 7500달러 보조금 못받아” 미국 전기차 시장 ‘절판 마케팅’

입력 2025-08-14 05:01

미국 전기차 시장이 오는 10월 연방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절판 마케팅’에 한창이다. 지난달 신차 전기차 판매량은 역대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는 막판 수요가 몰렸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는 판매가 급증하며 웃었지만, 기아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14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와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 등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13만100대로 지난해 12월(13만6000대)에 이어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전달 대비 26.4%, 전년 동월(11만8000대) 대비 약 10.0% 늘었다.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최고치인 9.1%에 달했다.

판매 급증의 배경에는 7500달러(약 1033만원)에 이르는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가 있다. 지난 정부인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도입한 이 제도는 9월 말까지 유지된다. 혜택이 끝나기 전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리자, 주요 제조사들은 절판 마케팅에 돌입했다. 테슬라, 리비안, 루시드 등은 홈페이지에 세액공제 종료 안내 배너를 띄우고 재고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를 앞세워 막판 수요를 흡수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엇갈린 성적을 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차량 7만9543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했고, 월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중 전기차 판매는 8431대로 50% 급증했다. 아이오닉5 소매 판매가 71%나 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차는 리스·렌트 등 시장을 적극 공략해 세액공제 혜택을 간접적으로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법인 사장은 “리스와 렌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보조금 혜택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한 점이 판매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현재 IRA 규정상 한국에서 수출하는 차량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지만, 리스·렌트를 이용하면 미국산 차량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기아의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3686대로 전년 동월 대비 15.7% 감소했다. EV6는 출시 3년 차로 접어들며 신차 효과가 줄었고,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9은 판매량의 변동성이 컸다. 기아는 현대차보다 인센티브와 리스·렌트 프로그램 활용에도 소극적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10월 1일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전기차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는 향후 15%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인상 압박까지 받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는 미국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현지에서 생산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약 30% 수준”이라며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신규 공장을 건설해 생산 능력을 최대 120만대까지 확대하는 선제 조치를 하고 있다. 보조금 폐지 이후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더라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려면 현대차는 아이오닉 시리즈, 기아는 EV 시리즈의 미국 생산 확대가 필수”라고 진단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