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만든 코닥, 디카에 무너져…이젠 생존 시험대

입력 2025-08-13 16:56
코닥 액세서리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1888년 설립된 카메라·필름 제조사 이스트먼 코닥이 회사의 존속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닥은 지난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회사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소개한 뒤 “이런 조건들이 계속기업으로서 코닥의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제출 서류에 따르면 코닥은 12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조건대로 상환 기일이 됐을 때 부채를 상황할 수 있는 약정된 조달 방안이나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회사는 부채 상환을 위해 지난해 퇴직연금 제도 종료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적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코닥의 올해 2분기 순손실은 2600만달러(약 358억5920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2억6700만달러(약 3682억1970만원)에서 2억6300만달러(약 3627억330만원)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회사 측은 카메라·잉크·필름 등 상당수 제품이 미국 내에서 제조돼 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닥은 미국 CNN에 보낸 성명에서 “만기 도래 전 약정 대출의 상당 부분을 상환하고, 나머지 부채는 조건 변경·연장 또는 차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즉각적인 유동성 리스크를 인정하면서도 차환·구조조정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닥은 1888년 설립자 조지 이스트먼이 25달러에 첫 ‘코닥’ 카메라를 내놓으며 “버튼만 누르면 나머지는 우리가 한다”는 슬로건으로 대중 시장을 열었다. 1970년대에는 미국 필름 시장의 90%, 카메라 시장의 85%를 차지할 만큼 번성했다.

그러나 1975년 자사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 이후 디지털 전환에 뒤처졌고,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현재 코닥은 영화업계 등 B2B 중심의 필름·화학제품·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