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고독과 상처가 깊어지는 가운데 교회가 신앙 공동체를 넘어 마음의 병까지 보듬는 치유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 상담코칭센터(센터장 윤수경 전도사)는 전문적인 심리상담과 신앙을 통합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구체적인 회복의 길을 제시하며 한국교회에 새로운 사역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부산 강서구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에서 윤수경(63) 호산나상담코칭센터장을 만났다. 이 센터는 심리적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성찰해 행복한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전문 상담기관이다. 호산나교회 13층에 위치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평신도 시절 중고등부 아이들의 신앙적 질문에 확신 있는 답을 주기 위해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4년간 전도사 사역을 거쳐 2016년 7월 교회 내에 상담코칭센터 문을 열었다.
센터가 점차 알려지면서 마음의 돌봄이 절실한 내담자들이 줄을 이었다. 윤 센터장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신대 교육대학원 제자들과 함께 상담 아카데미를 열고 전문상담 봉사자를 직접 양성하기 시작했다. 현재 센터는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인증수련기관으로 15명의 수련생과 객원상담사, 놀이·미술 치료사들이 개인 부부 가족 아동·청소년을 위한 전문상담과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산나교회 등록 교인은 10회기 무료상담 혜택을 받으며 경제적 부담 없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센터 내담자는 기독교인 70% 비기독교인 30% 비율로 교회가 지역사회의 아픔까지 끌어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목회자와 선교사 가정을 위한 특수 사역이다. 센터에는 호산나교회 부목사뿐 아니라 지역 교회 목회자들과 선교사, 그리고 그 사모와 자녀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사역 현장에서 공황장애나 탈진으로 무기력해져 목회를 그만두려던 이들이 상담을 통해 다시금 사역의 힘을 얻었다. 또 선교지 생활로 정체성 혼란을 겪던 자녀들이 자신을 발견하는 소중한 과정을 거치며 회복되기도 한다.
센터는 최근 급증하는 이혼과 가정 문제, 사회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고통은 물론 마약 도박 성 중독 같은 심각한 문제까지 다루며 위기의 최전선에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관계 단절과 학업 부진으로 고통받는 박모(24)씨 같은 ‘코로나 키드’들의 사회 부적응 문제는 센터가 주목하는 현시대의 아픔이다. 호산나상담센터는 일회성 위기 개입을 넘어 근본적인 치유를 목표로 장기간 심층 상담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윤 센터장은 기억에 남는 사례로 조현병과 우울증으로 학교를 중단했던 한 아이를 꼽았다. 센터는 끈질긴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아이 곁을 지켰고 마침내 아이는 국가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원에 진학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억압적 가정에서 자살 시도까지 했던 또 다른 학생은 상담을 통해 자신을 되찾고 검정고시에 합격해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윤 센터장은 상담 사역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 영혼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는 상담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단순히 학위나 자격증을 넘어 자기 성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이 먼저 건강하게 세워진 후 수련 과정을 통해 전문가가 돼야 한다. 해결되지 않은 개인적 문제를 가진 채 학위나 자격증만으로는 결코 현장에서 사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윤 센터장은 “심리적 어려움은 개인이나 부모의 잘못이 아닌 여러 요인의 유기적 결합과 인간의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다. 누구나 한계가 있으며 이것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의 문제이지 책임이나 잘못으로 라벨링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 지역 교회들이 상담 사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랬다. 자립이 어려운 교회를 위해 상담사를 파송하는 비전도 제시했다. 교인들의 심리적 건강이 곧 신앙 성장과 직결된다고 믿는다. 윤 센터장은 3년 전만 해도 센터의 존재를 몰라 안타까운 선택을 했던 이들을 기억하며 이렇게 호소했다. “하나님과 교회가 허락하는 한 이 사역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제는 훈련된 전문 상담가들이 준비됐으니 혼자 아파하지 말고 마음 놓고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