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최고위원 후보는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이번 전당대회는 다들 무관심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2 전당대회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대선 참패 후 치러지는 전대이기 때문에 축제같은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당내 의원들에게도 외면받는 ‘무관심 전대’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13일 전대 판세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거나, 힘을 실어주려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다들 관심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최고위원이나 청년 최고위원들은 분위기가 더 심각하다. 당내에서는 “당대표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고위원은 현역을 빼면 누가 출마했는지도 사실 잘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의원들의 움직임도 소극적이다. 한 대구·경북(TK) 의원은 “지역구 당원들이 이번 전대에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도 따로 누굴 찍으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당원들의 판단을 존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당원의 판단 존중’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전대가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무관심 전대의 주요 원인으로는 당내 계파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게 꼽힌다. 현재 국민의힘 내 계파는 느슨한 다수의 친윤(친윤석열)계 구주류, 20명 내외의 친한(친한동훈)계, 그 외 중립 성향 의원들로 나뉜다. 그러나 친한계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불출마 후 특정 후보에게 결집하지 않고 있다. 친윤계 또한 윤 전 대통령의 퇴장으로 중심이 없어진 상황으로, 아직까지 당대표 후보 각자의 독자적 계파도 잘 보이지 않는다.
후보들의 단점도 뚜렷해 단시간에 리더십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원은 “안철수 후보는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박차고 나가면서 의원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고, 김문수 후보도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좋게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장동혁 후보와 조경태 후보는 상반된 입장이지만 둘 다 극단적인 주장이어서 쉽게 지지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당대표가 부담은 크지만 실권이 적은 자리라는 점도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배경 중 하나다. 8·22 전대에서 뽑힌 당대표는 특검 등 거대 여당의 공세로부터 당을 보호하는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 의원은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라며 “다음 총선도 너무 많이 남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탄핵 찬반을 두고 극심하게 분열된 전대에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전대 첫 합동연설회에서는 ‘윤어게인’ 유튜버 전한길씨가 행사장에 난입해 소동이 일었었다. 이후 국민의힘은 전씨의 출입을 금지했지만 지난 12일 부산 합동연설회에서도 당원들은 탄핵 찬반 갈등으로 격렬하게 부딪혔다.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후보들도 당원들도 너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에 실망스러워서 중간에 나와버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