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독립군 홍범도’부터 ‘처음 듣는 광복’까지

입력 2025-08-13 11:39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의 한 장면. 블루필름웍스 제공

피와 눈물로 맞이한 조국 광복과 민족 해방은 결코 잊어선 안 될 비극의 역사이자 승리의 역사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그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와 연극, 방송사 특집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잇달아 공개된다.

13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은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독립투쟁의 역사를 다룬다. 의병장과 대한독립군 사령관 등을 지낸 홍 장군은 1920년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의 승리를 이끈 영웅이다. 연출을 맡은 문승욱 감독은 “홍 장군과 독립군의 무장투쟁을 통해 우리 국군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배우 조진웅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그는 2021년 홍 장군 유해 봉환 당시 ‘국민 특사’로 참여한 바 있다. 조진웅은 “우리가 이 땅에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신의 역할을 자유로이 누리며 살 권리를 지켜주신 독립군의 얼을 받들어야 한다. 그 정신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 등의 인터뷰도 담겼다.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의 한 장면. 블루필름웍스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재의 극영화 ‘아이 캔 스피크’도 스크린에 걸린다. 2017년 관객 328만명을 모으며 흥행한 영화는 이날 재개봉됐다. 홀로 살며 구청에 수시로 민원을 넣는 할머니 나옥분(나문희)이 주인공이다. 어릴 적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옥분은 구청 직원 민제(이제훈)에게 영어를 배우게 되며 과거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통과의 발판이 된 2007년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극 중 옥분이 직접 청문회에 나서 민제에게 배운 영어로 일본군 만행을 증언하는 장면은 뜨거운 울림을 준다. 극을 이끈 나문희와 이제훈을 비롯해 손숙, 염혜란, 김소진, 박철민, 이상희 등 배우들의 호연이 빛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1945년 8월 해방 당시 전국에 울려 퍼진 “대한 독립 만세” 함성을 극장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CGV가 빙그레와 제작해 오는 15일까지 상영하는 다큐멘터리 캠페인 필름 ‘처음 듣는 광복’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광복의 소리를 구현해냈다. 러닝타임은 8분15초, 티켓 가격은 1000원이다. 그중 815원은 대한적십자사의 독립운동가 후손 돕기 캠페인에 기부된다.

다큐멘터리 캠페인 필름 ‘처음 듣는 광복’ 포스터. CGV 제공

의사 안중근을 조명한 연극 ‘준생–영웅으로 살다’는 광복절인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개막해 다음 달 14일까지 공연된다. 작품은 이토 히로부미 저격 전날, 안중근이 실제론 자신이 죽은 뒤에 태어나 만나보지 못한 아들 안준생과 대면하게 된다는 상상을 토대로 인간 안중근의 고뇌를 들여다본다. 배우 서진원·성낙경·공정환이 안준생 역을, 홍경인·도지훈·이기현은 안중근 역을 각각 맡았다.

연극 '준생' 포스터. 극단화살표 제공

MBC는 뮤지컬 다큐멘터리 ‘모범감옥’을 준비했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일인칭 시점 회고록’으로 오는 16일과 23일 1, 2부가 각각 방송된다. 서범석, 하도권, 고훈정, 신창주, 송영미, 김찬종 등 쟁쟁한 배우들이 그 시대 독립운동가를 연기한다. 프리젠터를 맡은 배우 엄기준은 감옥의 시선으로 이들의 처절한 옥중생활을 담담히 증언한다.

유관순 열사 역의 송영미는 “촬영할 때 ‘대한 독립 만세’라는 음성이 떠올라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고 돌이켰고, 백범 김구 역의 하도권은 “즐겁게만 찍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면서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8곡의 넘버 작곡·작사에는 뮤지컬 ‘빨래’ ‘렛미플라이’의 민찬홍 작곡가와 ‘백범’ ‘태일’의 장우성 작가가 참여했다.

MBC 광복80주년 특집 뮤지컬 다큐 '모범감옥' 포스터. MBC 제공

EBS ‘지식채널e’은 광복 80주년 특집 4부작 ‘일본으로 간 사람들’을 12~15일 매일 오전 1시에 한 편씩 선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11개국 400여곳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기록해 온 사진작가 김동우가 강제징용이나 압송 등 저마다의 기구한 사연으로 일본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삶을 조명한다. 다시보기는 EBS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가능하다.

1부 ‘망각된 진실’은 일본 오사카부 다카쓰키시의 한 동굴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의 흔적을 비추고, 2부 ‘생존의 풍경’은 오사카시의 ‘돼지 치는 들판’이라 불리던 차별의 땅에서 삶을 일군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3부 ‘윤동주의 소풍’은 교토에서 보냈던 시인 윤동주의 청춘을 되짚고, 4부 ‘윤봉길, 체포 그 후’는 1932년 상하이 홍커우공원 의거 이후 체포된 윤봉길 의사가 고베를 거쳐 오사카 위수형무소에서 보낸 마지막 삶을 따라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