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라인 운영 효율화·중저가 라인업 강화로 ‘반등’ 꾀한다

입력 2025-08-13 09:32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SK온 제공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올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공장 라인 운영을 조정해 효율화를 높이는 동시에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나란히 ‘반등’을 언급했다. 중국의 저가 배터리 공세로 글로벌 점유율이 감소해 실적이 부진하지만, 최악의 국면을 넘어서고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사의 핵심 전략은 ‘라인 운영 효율화’와 ‘중저가 라인업 강화’로 요약된다. SK온은 현재 미국에서 운영하는 공장 중 일부 라인을 전환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최신 설비를 갖춘 헝가리 3공장 등 신규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물량을 배정할 예정이다. 유연한 라인 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구조 등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사업을 확대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존 투자 계획의 전면 재조정과 함께 일정 기간 둔화되는 전기차 수요를 ESS 사업 확대로 극복하겠다”며 “이미 확보된 생산능력(CAPA)의 가동률을 최대화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자원의 재배치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고정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오는 10월부터 미국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 공장 일부 라인에서 ESS용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양산하기로 했다. 김수한 삼성SDI영업팀장 상무는 “고객 수요 회복전까지 일부 라인을 ESS 배터리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저가형 배터리 양산에도 속도를 낸다. SK온은 니켈 함량을 50~70% 수준으로 낮춘 미드니켈, LFP 배터리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함께 얼티엄셀즈에서 중저가 제품인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LFP 등을 활용한 각형 배터리를 양산해 수주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하는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따라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업체 입장에선 수주를 확대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