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중·고교 및 배재대학교 전신인 배재학당은 대한제국기인 1885년 미국의 감리교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에 의해 설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중등교육기관이다. 서재필, 이승만, 김규식, 여운형, 지청천 등 배재 출신 역사적 인물들은 해방 정국에서 서로의 방식으로 새로운 국가 건설에 참여했다. 박물관 측은 “광복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의 도움을 받았지만 교육을 통해 독립에 대한 원천적인 욕구가 내부에서부터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다”며 “교육이 해방 전후 배재에서 성장한 인물들에 의해 어떻게 새 국가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했는지를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자립, 교육의 시작’에서는 아펜젤러, 헐버트, 서재필 등을 통해 근대 교육의 시작과 자립적 인간 형성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2부 ‘중국으로부터 독립, 왕으로부터 독립’에서는 배재학당의 협성회로부터 독립협회, 만민공동회로의 발전 과정을 살펴본다. 특히 1904년 한성감옥에서 집필한 이승만의 ‘독립정신’을 통해 독립을 향한 청년 이승만의 열정과 고민을 조명한다. 3부 ‘일본으로부터 독립’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어 교육과 예술·문학 활동 등을 통해 배재의 교육적 저항을 다루며, 4부 ‘해방 이후, 다시 나라를 세우다’에서는 제헌국회와 정부 수립 과정에서 독립에 대한 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진 과정을 다양한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아펜젤러 2세인 헨리 닷지 아펜젤러(1889~1953)가 자신이 겪은 한국의 격동기를 기록한 ‘내가 겪은 세 개의 한국’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또 청년 이승만의 독립에 대한 생각이 집약된 ‘독립정신’과 그가 쓴 휘호 ‘敬天愛人(경천애인)’, 독립협회 활동을 담은 서재필의 ‘서재필 박사 자서전-한말사를 중심으로’, 해방 이후 음악 이론을 한글로 정리한 이흥렬의 ‘최신중등악전’ 등이 나온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기획전 등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는 원로 미술가 이건용씨의 회화 ‘해방의 기쁨’도 전시된다.
김종헌 관장은 “교육의 힘이 해방 정국 속에서 어떻게 미래를 설계했는지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예술종합학교 민경찬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해방 당시 유행했던 배재 출신 인물들의 음악을 묶어내 이날 오후 8시부터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잔디마당에서 펼치는 공연도 예정돼 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