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공세’에 ‘구독’으로 맞불… LG전자 해외시장 공략법

입력 2025-08-12 16:46
태국에 설치된 LG전자 구독 서비스 전문 매장.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전자·가전제품 구독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제품의 고도화로 가격이 갈수록 올라가는 상황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마저 이어지자 초기 구매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구독 사업이 성과를 내며 올해 상반기에만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자제품 구독 사업을 해외에서 새로 시작하거나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구독 서비스는 말 그대로 가전제품 값을 한 번에 지불하고 구매하는 대신 월 이용료를 지불하며 특정 기간 동안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구독 기간이 끝나면 일정 금액을 내고 제품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

구독 서비스는 구독료의 총합이 제품의 원 가격보다 더 높다는 점에서 금액만 따지고 보면 더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가전제품 판매사들은 구독 고객들에게 유지·보수(AS), 소모품 교체, 무상 수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런 간극을 메우고 있다. 특히 에어컨·냉장고·정수기처럼 전문적인 사후 관리가 중요한 제품은 구독 서비스의 메리트가 충분한 셈이다.

LG전자는 기존에 국내 위주로 이어가던 구독 사업을 해외에서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구독 전용 브랜드샵을 처음 오픈했고 대만에서도 구독 시장 형성 단계에 있다. 태국에선 사업 9개월 만에 누적 구독 계정 수가 1만 건을 돌파했다.

LG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중국 제품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가전업계의 저가 공세 속에서 기존의 정공법으로는 돌파하기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미국·유럽에 비해 구매력이 낮은 동남아·인도 등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점유율을 늘리기 쉽지 않다.

반면 구독 서비스는 통상 구독 기간이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품 구매 비용의 초기 부담을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AS를 받기 쉽지 않은 해외 시장 특성상 유지보수를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가 구매 유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현재 구독 사업 운영 중인 국가에서 케어 서비스를 강화하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구독 사업 매출이 2조원에 육박했으며,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0%대에 달한다.

임정수 HS/ES구독사업담당은 “현지 고객의 생활 패턴과 니즈를 파악하고 지역 특화된 제품 및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장시키며 글로벌 구독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