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제살인’ 피의자 장재원, 범행 수차례 시도했다

입력 2025-08-12 16:41 수정 2025-08-12 16:43
대전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신상정보가 공개된 교제살인 피의자 장재원. 대전경찰청 제공

대전에서 전 연인을 살해하고 달아난 장재원(26)이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은 널 죽이려고 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도 피해자를 수차례 살해하려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장재원은 범행을 저지르기 3~4개월 전부터 피해자 A씨를 살해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을 실제로 저지르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오토바이를 리스하며 불거진 갈등 때문이었다.

장재원은 A씨와 교제를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A씨에게 경제적 지원을 일부 해줬다고 한다. 두 사람이 헤어진 뒤에도 연락이 닿았을 뿐 아니라 오토바이를 리스할 당시 보증까지 서준다고 했음에도 A씨가 자신을 피하자 ‘나를 이용했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는 범행 발생 전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9시40분쯤 리스를 한 부산에서 오토바이의 명의를 변경하자며 A씨에게 부산에 가자고 제안했다.

미리 빌린 공유자동차를 타고 함께 부산으로 이동하던 이들은 장재원이 연고가 있었던 경북 구미에 들렀다. 장재원은 이 지역에 있는 한 주차장에서 A씨를 살해하려 했지만 망설이다가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들은 이후 경북 김천의 한 숙소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장재원은 A씨에게 “사실은 너를 죽이려 했었다”며 부산에 가자고 제안했던 것은 거짓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대전으로 돌아왔다.

A씨의 주거지에 도착했을 때에도 장재원은 범행을 시도했는데 또 다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차를 댄 주차장은 범행을 저지르기엔 너무 넓어 A씨가 현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A씨의 집 안에서 범행하기로 결심한 장재원은 A씨의 집 앞에 자동차를 주차한 뒤 A씨를 뒤따라 들어갔지만, A씨가 “왜 집에 들어오려고 하느냐”라며 출입을 거부하면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언쟁 도중 장재원이 소지한 흉기를 발견한 A씨가 놀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자 장재원은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났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달아난 장재원은 충남 계룡시에서 렌터카를 빌린 뒤 구미로 다시 도망쳤다. 그는 숙소에 설치된 PC로 A씨가 사망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그가 진짜로 숨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범행 다음날인 30일 오전 대전권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던 그는 A씨가 안치된 장례식장까지 찾아가 장례식장 관계자에게 “혹시 사망한 사람이 있느냐. 내가 남자친구인데 지금 어떤 상황이냐”고 물은 뒤 발인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를 수상히 여긴 장례식장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결국 덜미를 잡혔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45분쯤 중구 산성동의 한 지하차도 앞에서 그를 체포했다. 검거되기 직전 차 안에서 음독을 시도한 탓에 장재원은 최근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장재원의 건강상태가 호전돼 퇴원이 가능하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경찰은 지난 5일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조사를 이어갔다. 이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11일 장재원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13일 장재원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은 “피의자는 즉흥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고, 준비된 범행을 언제 실행하느냐의 문제였다”며 “앞으로도 관계성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